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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에 끝동

입력
2022.01.08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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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옷소매 붉은 끝동'. MBC 제공

MBC '옷소매 붉은 끝동'. MBC 제공

최근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처음에 '끝동'이 낯설다던 많은 이들이 드라마에 몰입할수록 옷소매 끝자락을 주목하게 되었다. 한복은 작은 조각을 섬세하게 이어 완성하는 옷이다. 저고리는 길, 소매, 섶, 깃, 동정, 옷고름, 끝동, 회장 등 여러 부분을 이어 붙여 만든다. 특정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도 자국의 전통의상을 챙겨서 입는 편이다. 그들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손재주를 뽐내는데, 그중 여학생 몇 명이 자기 손으로 한복을 만들어 보겠노라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로 입고 나타난 유학생은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한복이란 긴 천을 주름잡아 두르는 옷들과 다른 유형이라 만들 수 없었다고 고백하였다.

한복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던 옷이었으니, 우리는 지금도 그 말들로 살아가고 있다. 소매가 대표적이다. 소매는 윗옷에 두 팔을 꿰는 부분이다. 긴소매, 짧은 소매, 민소매뿐만 아니라, 모양에 따라 '날개 소매', 붕어 배 모양으로 불룩한 '붕어소매', 홀쭉하게 생긴 '홀태소매' 등 여러 말들이 사전에 올라 있다. 신체 구조를 감안할 때 옷에 소매가 있는 것이 마땅할 것 같지만, 모든 옷이 소매를 따로 만들어 붙이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소맷자락을 휘저으며 부티 나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소매치기를 당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주머니가 없는 전통 한복에서 귀중품은 소매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고, 그런 소매를 치고 달아나던 이들이 '소매치기'였다.

소매, 섶, 깃, 오지랖 등 한복의 일부분이 들어간 관용 표현도 많다. 어떤 일에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소매를 걷어붙이다'라고 하고,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이루어진 것을 ‘소매 속에서 놀다’라고 한다. '마음씨가 고우면 옷 앞섶이 아문다'라는데, 이 말에서는 잘 맞는 섶의 단정한 모양새가 연상된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잡을 때는 '옷깃을 여미다'라고 하고, 만남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할 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한다. 그런데 옷깃은 저고리의 목 부분에 있으므로 정작 두 사람의 깃이 스치기란 쉽지 않다. 소맷자락이나 옷자락이 잘못 쓰인 예로 보인다. 오지랖은 겉옷의 앞자락으로, 지나친 참견을 두고 '오지랖이 넓다'라거나 '치마가 열두 폭인가'라며 비꼰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이유가 없이 생긴 말은 없다. 말은 삶의 증거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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