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중국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서한에서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상황으로 경기엔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선수들의 개인적 참가도 없다는 걸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비상 방역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내건 북한이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함으로써 중국 잔치에 재를 뿌린 셈이 됐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날에 맞춰 서한을 보낸 것은 저간의 사정을 중국에 알리려는 의도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공식 통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고위급 인사가 베이징에 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 2018년 평창에 이어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무대로 삼으려던 정부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 한 전술이 실패한 것이다.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의명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접근법을 고집해 외교 역량을 허비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시간만 준 데 대해선 냉철한 반성도 필요하다. 미일 외교·국방 장관들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 등을 긴밀하게 논의하는데도 정작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는 배제된 듯한 모습도 우려를 낳는다. 남은 임기 동안 북한에 휘둘리기보단 어떤 상황에도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한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 건설 등 새해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무력 도발을 되풀이한 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추가 제재의 악순환을 불러 목표 달성만 어렵게 할 뿐이다. 김 위원장은 무엇이 경제와 인민을 살리는 길인지 숙고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