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한국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란 예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연말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서 2020~2025년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이 84.1세로 최장수 국가인 일본(84세)을 근소하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2017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은 203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여성 90.8세, 남성 84세로 최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수명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여아 86.5세, 남아 80.5세인데 요즘 태어나는 아기들이 80~86세밖에 살지 못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이미 1930~1940년대 출생자 중에도 80~90세까지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여아 70.4세, 남아 58.7세였다. 올해 만 52세인 남성들이 태어났을 때 기대수명이 회갑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미스터리를 풀려면 기대수명을 이해해야 한다. 기대수명은 ‘출생 시 예상 수명’이라고도 하며, 특정한 해에 태어난 아기들이 얼마나 살지에 대한 전망이다. 기대수명은 영아 사망률이나 전체 사망률 등을 고려해 나온 수치이므로 현실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예컨대 1950년 세계의 평균 기대수명은 49세였다. 저개발 국가의 영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해 태어난 사람 모두 49세까지밖에 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 것은 아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1940년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40세 남짓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태어난 분 가운데 유아 사망, 전쟁, 전염병, 암이나 만성질환 등을 극복하신 분들은 80~90세까지 살고 있으며, 일부는 1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릴 것이다.
따라서 요즘 출생아들의 기대수명이 80~86세라는 말은 실제 이 아이들의 대다수가 100세를 훨씬 넘겨 살 것이란 의미다.
그 연장선상에서 40~70대는 자신들의 출생 시 기대수명이 아니라 요즘 출생아들의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정확성이 높다.
‘기대수명’은 ‘건강수명’과 일치하지 않는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유병 기간을 뺀 것이다.
2020년 출생아 기준으로 여아의 유병 기간은 19.3년으로 일생의 22.3%, 남아는 14.9년으로 18.6%를 차지했다. 일생의 약 1/5을 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현재의 중ㆍ장년층이나 노년층에 적용해도 된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며, 둘째 자연수명을 다하고 며칠만 앓다가 죽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준비된 장수’가 아닌 ‘어쩌다 장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장수를 축복으로 만드는 최선책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싱겁게 먹기 등 6가지 기본 건강수칙의 실천이다.
여기에 평소 약 복용 중이라면 꼬박꼬박 챙겨 먹기,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건강검진, 낙상 방지를 포함한 안전 지키기 정도를 더하면 된다. 나머지는 하늘의 몫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