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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춤출 뿐인데…퍼나른 쇼트폼 영상, 성희롱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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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춤출 뿐인데…퍼나른 쇼트폼 영상, 성희롱이 판친다

입력
2022.01.10 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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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영상 무단 복제해 유튜브 등에 게시
성희롱성 댓글 다수지만 영상 제재 없어
유튜브 측 "지침 위반하면 삭제·성인인증"
전문가 "청소년 대상 범죄… 규제 강화 필요"

한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 목록. 해당 채널은 미성년자들이 출연한 영상을 복사해 300개 이상 게시 중이다. 유튜브 채널 캡처

한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 목록. 해당 채널은 미성년자들이 출연한 영상을 복사해 300개 이상 게시 중이다.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브에서 '04년생 ○○ 핫한 청바지 ○○'라는 제목의 영상을 클릭하자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자막이 뜬다. 영상을 재생하자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청바지 차림 여성의 뒷모습이 10초가량 재생된다. 선정적 요소 없이 평범하고 짧은 영상이건만 여성을 겨냥한 성희롱성 댓글이 십여 개 달렸다.

여성 청소년들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쇼트폼 콘텐츠'를 무단 복제해 성적 제목과 함께 게시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성희롱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쇼트폼 콘텐츠는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15초~3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틱톡과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활발히 게시되고 있다.

무단 복제한 영상 게시해 성희롱 유발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유튜브 채널은 출연자가 미성년자임을 언급하면서 '짧은 교복 치마 입고 댄스' '잠옷만 입고 끼 부리기' 등 자극적 제목을 단 영상들로 채워졌다. 댓글 수위는 더 높아서 일부 영상엔 외모 평가를 넘어 성추행·성폭행을 암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간혹 신고를 당해 댓글 창이 닫혔더라도 영상은 볼 수 있었다.

이런 부류의 채널은 운영자가 원작자에게 알리지 않고 영상을 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도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작자가 오랫동안 무단 유통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성년자가 무심코 SNS에 자기 모습을 게시했다가 본인도 모르게 성희롱 대상이 되는 셈이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고 삭제를 요구해도 운영자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아 피해가 장기화하기도 한다.

게시된 영상 모두에 '틱톡 여고생 교복 모음'이란 제목을 달린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캡처

게시된 영상 모두에 '틱톡 여고생 교복 모음'이란 제목을 달린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캡처

'○○ 댄스 모음' 채널에 영상을 도용당한 A(19)씨는 "이전에도 다른 채널 운영자가 허락받지 않고 내 영상을 올린 걸 지인이 알려준 후에야 알았다"며 "초상권 침해나 악성 댓글이 걱정돼 점차 업로드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틱톡에 올린 영상을 도용당한 B(18)씨는 "성희롱 댓글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악성 댓글을) 볼까 봐 하지 못했다"며 "채널 운영자에게 영상을 내려 달라고 했다가 오히려 차단당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 "지금보다 강도 높은 규제 필요"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성적 피해를 입는 상황이지만 적절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유해 매체 모니터링단'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SNS와 유튜브에서 유해·불법 영상 6만6,641건을 찾아내고 플랫폼에 삭제 또는 성인인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진 건 52.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해외 기반 영상 플랫폼을 보다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튜브는 신고된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내부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삭제하거나 성인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해당 채널들은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 성희롱 등 위법 소지가 크다"며 "유튜브는 나름대로 조치하고 있다지만 영상 유통 현실을 보면 단속이 불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외 사업자에게 규제 강화를 요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가 해외 본사에 직접 단속 강화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시민사회가 나서서 정부나 해외사업자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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