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10일 스위스에서 고위급 안보대화
美 "외교 해법 모색하나 침공 시 강력 대응"
'금융제재, 수출 통제, 게릴라전 지원' 카드 거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압박을 두고 갈등을 증폭시키던 미국과 러시아가 기로에 섰다. 길은 크게 두 가지. 타협이냐, 확전이냐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고위급 안보대화가 첫 고비다. 협의를 앞두고 미국은 협상과 압박 카드를 모두 꺼내며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러시아도 일단 버티고 있지만 카자흐스탄 시위 진압 부담까지 떠안은 터라 꼬리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보대화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대표로 참여한다. 이에 앞서 미러 정상은 지난달 30일 전화통화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전진 배치한 10만 이상의 병력 철수 여부가 최대 현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외교적으로 (긴장) 완화를 선호한다”면서도 채찍 카드를 공개했다. 만약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한다면 △금융제재 △주요 산업을 목표로 하는 수출 통제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군 준비 태세 강화 등을 통해 러시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의 최대 금융기관 국제 거래 차단 △방위산업 및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미국 제품 또는 미국 설계 기술 금수 조치 부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에 대항하는 게릴라전 무장세력 무장 지원 등이 백악관 측 대응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선제적 병력 철수 필요성을 강조했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동시에 이 당국자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그는 “(미사일 배치는) 러시아가 상호 약속을 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가 합의를 볼 수 있는 분야”라며 “서로의 영토에 근접한 전략폭격기, 지상훈련 등 훈련의 규모와 범위에 상호 제한 가능성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려하는 안보 현안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의미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병력 증강을 두고 “가끔 닭이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여우가 닭장을 공격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선택한다면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고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도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좌우하고 있다. NYT는 “오바마 시대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입혔고 (러시아) 통화 매도로 이어졌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고통을 주겠다는 핵심 전략 목표에선 실패했다는 게 백악관의 내부 검토 결론”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러시아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각오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작전 실패로 쓴맛을 본 상황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쉽게 양보를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러시아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을 앞두고 9일 "미국과 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리는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앞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선 “러시아군은 거기(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후에 외교 트랙을 계속할 근거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 공급 중단 같은 에너지를 반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소련 국가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병력이 2,500명이나 투입되는 등 러시아의 전력이 분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맞서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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