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7> '모두의 재앙' 불러올 디스포저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 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일명 디스포저 사용이 허용된 지 올해로 딱 10년째다. 음식물쓰레기를 집 밖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어 '주방혁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아파트 배수관을 막아 층간 다툼을 유발하는 원흉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스포저 사용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새해부터 음식물쓰레기 운운해서 독자들께는 죄송하지만 올해는 이 문제가 꼭 해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다루고자 하니 양해를 바란다.
냄새·미관 문제로 골치... 2013년부터 디스포저 본격 사용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매립이 금지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도록 하고 있는데 냄새, 미관 등의 문제로 쓰레기 스트레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층아파트에서 좋은 옷 입고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승강기 타고 내려와 버리려니 모양새가 빠진다는 불만도 많다.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싱크대로 편하게 버리고픈 욕망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 욕망을 꼼꼼하게 잘 챙기신 어떤 대통령 때문에 2012년 말 마침내 디스포저 사용이 뚫렸다. 음식물 건더기 중 80%는 걸러내고 20% 미만만 하수로 내려 보낸다는 조건이 붙은 채였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는데 2020년까지 환경부에 보고된 누적 판매량은 18만 대다. 2018년까지는 지지부진하다가 2019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거름망 없앤 '불법 설치' 성행... 관리도 안 돼
문제는 조건이다. 음식물쓰레기 중 80%의 건더기를 걸러내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한다면 디스포저 사용의 의미가 없어진다. 어차피 음식물쓰레기는 배출해야 하는데 굳이 기계로 간 뒤 건더기를 걸러서 배출해야 한다면 그 짓을 누가 왜 하겠는가?
누구라도 디스포저 욕망을 충족하려면 그냥 갈아서 내려보내지 않겠는가? 거름망을 떼어 낸 채 설치하는 불법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불법 기계를 판매한 자도 처벌대상이고 사용하는 소비자도 처벌대상이지만 각 가정의 싱크대 밑까지 세심하게 살펴볼 간 큰 공무원은 없다. 기준은 있으나 관리하기 어렵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들은 당분간 편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주방혁명'에 대한 다양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밖에 없다. 배관 막힘이야 개인들이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하지만 하수처리장 문제는 모두의 재앙이 될 수 있다. 모든 아파트가 불법 디스포저를 설치할 경우 하수처리장 오염부하가 약 30% 증가해 하수처리장 증설비용으로 10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디스포저 사용 금지 법안, 올해는 국회 문턱 넘어야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증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이다. 하수처리장 증설이 어려우면 오염부하를 견디지 못해 하수처리시스템이 붕괴한다. '돈 룩 업'이 아니라 '돈 룩 다운'하면서 이 문제를 그냥 외면해야 할까?
결국 쓰레기 문제는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싱크대로 음식물쓰레기 갈아서 내려보내다가 화장실 변기까지 내리지 못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
2021년 5월 국회에서 윤준병 의원이 디스포저 사용을 금지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올해는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디스포저 업체들이 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한데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음식물쓰레기 갈지 말고 하수도법을 새것으로 갈아 버리자. 제발 올해는 끝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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