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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 안보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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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 안보 협상’

입력
2022.01.10 18:01
수정
2022.01.10 21: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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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나토·OSCE 등 3차례 연쇄 협상
우크라는 OSCE 회의에만 참여… '패싱' 우려
러시아에 독자 협상 제안…푸틴은 묵묵부답
"우크라는 러시아 영향권 드러내는 것" 분석

미국과 러시아의 안보 협상을 앞둔 9일 우크라이나 시민운동가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안보 협상을 앞둔 9일 우크라이나 시민운동가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 협상 테이블이 줄줄이 마련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ㆍ러시아 고위급 회담에 이어 12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각각 러시아와 마주 앉는데, 우크라이나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는 마지막 빈회의뿐이다. 자칫 우크라이나의 뜻과 상관없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국 패싱(Passingㆍ소외)에 불안감을 느낀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독자적으로 러시아와 별도 외교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9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각 회담 주체 간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세 차례 만남에도 뚜렷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탓이다. 더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은 터라, 우크라이나는 더욱 절박하다.

이번 릴레이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 해소 조건으로 요구하는 나토 동진(東進)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러시아 인접국에 나토 무기 배치 금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국경 너머에는 이미 러시아군 10만 병력이 집결해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코스티안틴 옐리시예프 전 유럽연합(EU)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에 인질로 잡힌 상태”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패싱’이 러시아의 의도라고 해석한다.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임에도 러시아가 다자간 협상이 아닌 미러 협상을 먼저 제안하고 나선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옐리시예프 전 대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을 서방에 보여주려 한다”며 “‘구소련 영역은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짚었다.

지난달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예프=AP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예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늦게나마 주도권을 갖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별도로 러시아와의 외교적 논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10개항으로 구성된 협상안을 건넸다. 휴전과 포로 교환, 분쟁지역 국경 민간인 통과 허용 등 3단계 신뢰 구축 조치에서 시작해 양국 정상 간 직접 대화 등 정치적 문제로 나아가자는 내용이다. 최종적으로 분리주의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아예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미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힌 만큼,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나토와 직접 얘기하겠다는 심산이다.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전 우크라이나 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외교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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