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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민화투 친 오영수 윤여정의 두각.... 왜 한국 노배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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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민화투 친 오영수 윤여정의 두각.... 왜 한국 노배우인가

입력
2022.01.1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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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연대, 소통의 다리
개인적이며 공동체 가치 추구하는 K콘텐츠 열풍 속 더 두각
"영조, 이덕화 팬" 됐다는 인도네시아 여성
넷플릭스 톱10 중 4개가 K콘텐츠
드라마 예능 등 장르도 다양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일남(오영수·왼쪽)과 기훈(이정재)이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일남(오영수·왼쪽)과 기훈(이정재)이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한국에서 '스님 전문' 배우로 불린 오영수(78)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은 한층 높아진 K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칠순을 훌쩍 넘긴 오영수와 윤여정(75)은 각각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미나리'를 통해 잇따라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 콘텐츠가 ①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안적 미래를 제시하고 ② 알고리즘 시대 유통의 중심을 꿰차며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이런 이변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윤여정·뒷줄 왼쪽 두 번째)는 정 많으면서도 개성 강한 할머니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윤여정·뒷줄 왼쪽 두 번째)는 정 많으면서도 개성 강한 할머니다. 판씨네마 제공


"시대의 맨얼굴" 작품 속 한국 노배우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와 '미나리'로 지난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탄 윤여정에겐 공통점이 있다. 극에서 두 노배우는 이 시대 갈등과 화합의 상징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일남(오영수)은 게임의 주최자로, 사회에 암처럼 잠복해 있던 경제적 불평등을 들추면서 동시에 요즘 세대를 각성시킨다. '미나리'에서 순자(윤여정)는 고통의 이민사를 온몸으로 보여주면서도 가족이란 연대의 희망을 쏘아 올린다. 스크린과 화면을 통해 비친 K노인은 누구보다 현실적이다. 입체적인 그들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은 시대의 맨얼굴을 본다. 젊은 K팝 한류 스타도 아닌 한국의 노배우들이 줄줄이 해외에서 조명받는 배경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영수와 윤여정은 모두 각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는 메신저였고, 그것을 한국적 해학으로 표현했다"며 "두 노배우의 뒤늦은 조명은 그간 우리가 어떻게 중년배우를 전형적으로 소비했는가에 대한 일침"이라고 분석했다.

일남은 아들뻘 되는 기훈(이정재)과, 순자는 손자·손녀와 '구슬치기'('오징어 게임')혹은 '민화투 치기'('미나리') 등 한국 민속놀이를 하며 다른 세대와 소통한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데신타 아닌사씨는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 역을 맡은 이덕화(70)에 요즘 푹 빠졌다. 아닌사씨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옷소매'에서 이덕화란 한국 배우를 처음 알았다"며 "광기 어리면서도 따뜻한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해 팬이 됐다"고 말했다.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를 연기한 이덕화. MBC 제공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영조를 연기한 이덕화. MBC 제공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린 '솔로지옥'. 넷플릭스 제공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린 '솔로지옥'. 넷플릭스 제공


"윤리, 공동체 정신의 강조" K콘텐츠의 돌풍 동력

은빛 조연 배우들의 두각은 K콘텐츠 열풍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대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K콘텐츠 천하다. 넷플릭스가 가장 최근 공개한 비영어권 TV부문 주간(2021년 12월 27일~2022년 1월 2일) 순위를 보면, 1위를 차지한 '고요의 바다'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6위), '솔로지옥'(8위), '그해 우리는'(9위) 등이 톱10에 올랐다. 절반 가까이가 K콘텐츠다. 장르도 드라마와 예능까지 다양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드라마(1억1,100만 가구 시청)로 꼽히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 따른 변화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달 탐사대 대장인 한윤재(공유·왼쪽)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달 탐사대 대장인 한윤재(공유·왼쪽)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는 OTT 등 온라인의 알고리즘을 타고 세계에 실핏줄처럼 퍼져 나갔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비결은 영미권 콘텐츠와의 차별성이었다. '고요의 바다'는 '인터스텔라'와 '마션'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영화와 달리 4차원과 개인의 생존 대신 인간의 탐욕이란 윤리적 화두를 던진다. '솔로지옥'은 여느 미국판 서바이벌과 달리 반드시 '커플'이 돼야만 섬을 탈출할 수 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K콘텐츠는 극한의 상황에서 윤리를 묻고 공동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드러낸다"며 "이 특수성을 경제불평등과 다문화의 위기 등 세계 보편적 이슈와 엮어 내 더 반향을 낳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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