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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인간 몸에 돼지 심장 이식 성공...획기적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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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인간 몸에 돼지 심장 이식 성공...획기적 돌파구

입력
2022.01.11 17:23
수정
2022.01.11 17: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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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릴랜드대 유전자변형 돼지 심장 이식
환자, 사흘째 맥박·혈압 안정...거부 반응 없이 회복
이종 간 장기 이식 성공, 의학계 분수령
美 연간 장기 이식 대기자만 11만 명

무함마드 모히우딘 미국 메릴랜드 의대 외과 의사가 7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인체 이식 수술 전에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함마드 모히우딘 미국 메릴랜드 의대 외과 의사가 7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인체 이식 수술 전에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동물인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식받은 환자는 사흘째 거부 반응 없이 회복 중으로, 의학계의 쾌거이자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 의대는 지난 7일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베넷은 부정맥으로 6개월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로, 의료진은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기에는 맞는 기증자를 찾기 어렵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시간이 촉박하다고 진단했다. 인공심장 펌프 역시 부정맥 때문에 위험했다.

의료진은 동물의 심장 이식만이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 미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요청했다. FDA는 ‘심각한 질환으로 위독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베넷에 대한 응급 수술을 허가했다. 베넷은 수술 하루 전 “죽느냐 돼지 심장을 이식받느냐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는 막연한 수술이긴 하지만, 나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진행된 세계 최초의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은 만족스러운 결과로 연결됐다. 8시간이 걸린 수술 이후 베넷은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특별한 거부 반응 없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 박동과 혈압이 모두 안정적이고 심장 기능도 원활하다”며 “완전히 그의 심장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완전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에 대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인간의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미국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박사와 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이 10일 병실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돼지의 심장을 인간의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미국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박사와 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이 10일 병실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돼지의 장기는 크기와 기능면에서 인간과 비슷해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그간 많은 이식 시도에도 성공에 이르지 못했던 데에는 이종 장기 이식에 따른 인체의 면역 거부 반응 때문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번 이식 수술에는 인간 면역체계에서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장기 세포의 유전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 환자에게 이식한 뒤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작동한 뉴욕대의 사례가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로버트 몽고메리 뉴욕대 박사는 베넷의 이식 성공 소식에 “획기적인 돌파구”라며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클라센 최고의학책임자도 “장기 부전을 치료하는 방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되는 사례”라고 환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현재 약 11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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