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후 엔진 화재경고등… 기수 급강하
'노후기종' F-5 계열, 2000년 후 12대째
공군 F-5E 전투기가 11일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순직했다. F-5 계열 전투기는 50년 전 국내에 도입된 대표적 노후기종으로, 2000년대 들어 고장 탓에 벌써 12대나 추락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야산에 F-5E 전투기 한 대가 추락했다. 탑승했던 심모 대위는 비상탈출을 뜻하는 ‘Eject’를 두 번 외치며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해 사망했다. 전투기는 추락 직전 수원 소재 공군10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해 상승하던 중이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기체 고장’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군 관계자는 “상승 중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경고등이 켜졌고 이어 항공기 기수(앞머리)가 급강하했다”고 전했다. 엔진에 문제가 생겨 조종간 상하 제어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조종사 심 대위가 비상탈출을 못 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그가 민가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피하려 야산 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탈출 시기를 놓쳤을 수 있다. 수동 비상장치가 고장 나 아예 작동이 멈췄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기체 관리 부실을 떠나 이날 추락한 기종 대부분이 통상 30년 정도인 전투기 정년을 넘겼거나 정년에 가깝다는 점에서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F-5E는 미국에서 1950년대 개발된 경량급 전투기 F-5의 개량형으로, 1975년 국내에 들여왔다. 또 다른 개량형인 F-5F 기종은 1983년부터 국내에서 조립ㆍ생산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F-5 계열은 연식이 오래돼 부품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 노후기종을 운용하다보니 안전 사고도 여럿 있었다. 이번까지 합치면 2000년 이후 국내에서만 F-5 계열 전투기 12대가 추락했다. 공군은 즉각 비상대기 전력을 제외한 모든 항공기에 비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군 관계자는 “전체 전투기들을 상대로 안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F-5 계열은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비행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4일 충남 서산에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A가 훈련 비행 중 랜딩기어(착륙장치) 고장으로 동체착륙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공군은 F-35A의 고장 원인도 조만간 본격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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