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마르지 않은 상황서 공사했을 수도
추가 붕괴 우려 접근 쉽지 않아 시간 걸릴 듯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전문가들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고 후 날이 어두워진 데다 추가 붕괴 우려로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가 아파트 건축 때 설치하는 ‘갱폼’(Gangform)이 무너지면서 체결돼 있던 외벽이 함께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갱폼은 주로 고층 아파트 공사에서 한 층씩 지어 올리기 전에 외부 벽체에 설치하는 거푸집이다.
갱폼이 왜 무너졌는지에 대해선, 체결된 콘크리트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열풍 작업 등을 통해 양생(굳힘) 작업을 한다. 하지만 공기 단축 등을 위해 충분히 굳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위층 작업을 하면 붕괴할 수 있다. 이날 광주 낮 최고 기온은 0도였다.
여기에 더해 이날 타워크레인 작업을 중단시켰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친 바람도 붕괴 원인으로 거론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육안 조사를 통해 "고층 아파트에서의 작업은 강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콘크리트 벽과 타워크레인 지지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거푸집 등이 풍압과 타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에서 동시에 뽑히면서 외벽 일부가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타워크레인 기사는 “오전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작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벌인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사고 현장 인근의 한 주민은 “일요일에도 공사하는 등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안전을 등한시한 채 공사가 진행돼, 이전부터도 사고가 예상됐다는 것이다.
실제 주민들은 이전에도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위로 돌이 떨어지고, 합판이 추락하는 등 안전상 문제가 뚜렷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도 시공사 측은 물론 관할 지자체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콘크리트가 굳지 않았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악천후에도 공사를 이어간 현장을 수시로 봤다는 증언도 있었다. 공사 현장 바로 옆 상가의 지하에선 1년여 전 공사 현장 탓에 침수 피해를 보기도 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상인은 "공사 현장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지가 3년이 다 됐고, 관련 서류만 산더미다"라며 "분진, 소음 등 여러 민원을 제기하고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사고 직후 현장에 본사 직원을 보내 인명 사고 현황 파악 등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며 “조속히 사고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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