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만들어낸 말 서러브레드 선천적으로 취약
경주마에 투약되는 약 200여 종... 식용 부적합
경주마, 교육과 치료 거치면 승용마 등 전환 가능
국내 경주마는 크게 과천과 부산 경마장에서 뛰는 품종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와 제주 경마장에서 달리는 제주마로 구분된다. 둘 중 찬밥 취급을 받는 건 서러브레드다. 재활승마지도사와 승마지도사로 활동하는 김정현 전 한국재활승마학회 이사는 "서러브레드는 영국이 단거리 경주를 위해 만들어 낸 품종"이라며 "덩치에 비해 다리가 얇고 길어 선천적으로 질병이나 부상에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서러브레드의 경우 제주마보다 진통제, 항생제 등을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9개 전국 동물권 단체에 따르면 경주마에 투약되는 약은 200여 종으로 이 가운데 식용마 사용 불가약은 45종에 달한다. 고광용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 노조지부장은 "경주에 나가기 위해 말은 2, 3주 훈련을 받아야 한다. 다음 경주에 나가기 전 휴식기간이 열흘에 불과하다"며 "휴식이 너무 짧으니 피로개선제, 항생제 등을 투약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말고기의 80%를 소비하는 제주도 내에서도 식용으로 서러브레드를 꺼리고 제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도지사 인증 제주마 식당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제주도는 고육지책으로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의뢰해 퇴역마를 도축해 고급 사료로 활용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며 퇴역마를 이용한 반려동물 사료 공장 설립을 추진했지만, 반려동물에게 해롭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 윤리적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최근 계획을 철회했다.
경주마 가운데 승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은 "경주마는 한 기수와 무조건 빨리 뛰는 연습만 한다면 승용마는 질주본능을 억제하고 다양한 사람을 태울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교육이 필요한데 말 소유주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정현 전 한국재활승마학회 이사는 "말은 자존감이 높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동물이다"라며 "미국과 홍콩의 생크추어리(보호시설), 재활프로그램 등에 비춰보면 말들은 교육과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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