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핵심 선거 전략을 '이남자(20대 남성) 마음 잡기'로 정하고 전력 질주하고 있다. 주도하는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이 대표는 "어게인 72.5%"를 목표로 제시했다. 72.5%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20대 남성 투표자들에게 받은 득표율이다(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이남자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데 성공하면, 여성·중도층의 이탈 등 다른 희생은 감수해도 된다는 전략인 셈이다. 국민의힘의 계산, 맞을까.
부풀려진 '이남자 집단'
2030세대는 5년 전 극강의 정치 효능감을 경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서 20대의 76.1%, 30대의 74.2%가 투표장에 나갔다. '2030의 높은 투표율이 이번 대선에서도 이어지고 → 윤 후보가 이남자에게 몰표를 받으면 된다'는 게 국민의힘의 승리 공식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의지하는 '이남자 효과'는 다소 부풀려져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은 연령대별로 45~48%였다(20~24세 48.6%, 25~29세 45.6%, 30~34세 47.7%, 35~39세 48.7%). 전체 유권자 평균(58.2%)을 밑돌고, 60대(74.9%), 70대(78.4%) 투표율과도 격차가 크다.
3년 만에 2030의 투표율이 하락한 건 자신들이 세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 탓이다. 이번 대선에서 2030의 투표율이 다시 올라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2030세대는 판단을 유보한 무당층과 소극적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섞여 방황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밀어낸 2030세대 여성들은 '적극적 투표층'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 25~39세의 여성 투표율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7~8%포인트 높았다. 20~24세 사이에서도 남성(49.5%)과 여성(47.8%) 투표율이 팽팽했다.
20대 여성은 투표 의지도 강하다. YTN·리얼미터가 이달 3, 4일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투표 의향은 73.1%, 20대 남성은 68.6%였다.
'전략적 갈라치기' 성공 확률은?
'편 가르기'는 내 편을 결집시키는 전통적인 선거 기법이다. 영·호남 지역 갈등 조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혐오 등이 비근한 사례다.
윤 후보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일단 먹히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달 10, 11일 YTN과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41.3%)은 2주 전(31.7%)에 비해 9.6%포인트 올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19.7%)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21.3%)의 20대 지지율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윤 후보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통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선거가 성별 이익 갈등으로 흐를 경우,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이민자 혐오가 선거를 장악한 2016년 당시 미국 유권자의 70%가 백인이었던 데 반해 성비는 50대 50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페미니즘 이슈는 20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전체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아니다"며 "남성 지지율을 올리는 만큼 여성 지지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의 '안티 페미니즘' 전략이 20대 남성은 똘똘 뭉치게 하고 20대 여성의 정치 불신을 키우면, 여성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윤 후보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힘은 젊은 남성들이 투표장에 결집할 수 있는 이슈를 반복적으로 던지는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남녀를 같이 공략한다고 나서면서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주당 인사는 "20대 남성은 모든 사회적 이슈를 게임하듯 접근한다"며 "이들의 대선 투표율이 예상 외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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