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표심 잡으려 '혐오정치' 대선주자에
여성들 국회서 2022년 '서프러제트' 선언
SNS서 #반페미는청년목소리아냐 운동도
12일 국회 소통관에 8명의 여성들이 나란히 섰다. 이들은 모두 가슴에 '페미니즘에 투표하라(Votes For Feminism)'는 보랏빛 리본을 달았다. 보라색은 100년 전 여성 참정권 운동 서프러제트의 상징이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잡으려고 매달리는 동안, 이대녀(20대 여성)를 대변하는 정치는 없었다. 우리는 그들의 ‘표’가 되지 않고, 직접 정치를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기본소득당 대선 캠프의 여성 청년들은 이날 '여기 이대녀가 있다: 2022 서프러제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기자회견은 스스로를 '정치하는 이대녀'라고 표현한 여성 청년들이 직접 반(反)페미니즘적 대선을 규탄하려 열렸다.
이번 대선에서 거대 양당의 대선 주자는 너도나도 이대남으로 대표되는 청년 남성 표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 반 페미니즘의 기수가 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미니즘 편향 채널'이라는 이유로 유튜브 출연을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비동의 간음죄 공약을 유보하는 등 발을 맞췄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의 이런 반 페미니즘 행보를 '비논리적 진단에서 나온 반지성적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공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는 없고, 그들의 공약이 책임질 수 있는 삶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무고죄 강화는 이대남이 아니라 '가해자'를 자유롭게 하며, 여가부 폐지도 이대남의 인생에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 이어 "성폭력 무고죄가 강화되고 여성가족부가 폐지된 세상에는 누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나 여성 정책의 효과의 근본적인 고려는 없이 오직 표심을 쫓아 부화뇌동하면서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 정치에 대한 비판이다.
"대선 망언, 공약에 여성들은 화도 안나는 지경"
"이번 대선, 뉴스에 매일 나오는 기득권 대선후보들의 망언과 텅 빈 공약에 이제는 화도 안 나는 지경에 이른 여성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기본소득당의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노서영 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대표 패싱이나 후보 패싱은 절대 안 된다더니 여성은 참 쉽게 패싱한다"라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두고 '집안싸움'으로 이준석 당 대표 패싱이니 윤석열 후보 패싱이니 삐걱대던 국민의힘이 극적인 화해 이후 여가부 개편에서 선회, 아예 폐지를 명시적으로 공약하는 등 젠더 갈라치기에 나선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 위원장은 "공정이 중요하다더니, 일곱 글자짜리 헛소리 공약도 공약이라고 매스컴을 타는 게 얼마나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일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대변인인 용혜인 의원도 "대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무엇인지는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그 자리를 '여가부 폐지', '이대남' '멸공' 따위의 유치한 감정적 대응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 앞에 정말 부끄럽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낯뜨겁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는 성평등과 젠더정의가 실현된 세상을 꿈꾼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심하고 처참한 반페미니즘 대선에 맞서, 여성의 실질적 참정권을 다시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SNS에서도 "여성혐오에 투표 안해"
이대남을 표심의 전부로 여기는 정치권의 행보와 실제 청년 표심에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KBS 디라이브 의뢰로 지난 7~9일 만 18세부터 39세까지 청년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27.7%, 안철수 후보는 20.2%를 기록했다. 윤석열 후보는 16.2%의 지지율이었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는 청년 여성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은 단 11.8%만이 그를 지지했다. 30대 여성 역시 윤 후보 지지율은 14.3%에 그쳤다.
보이지 않는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존재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은 온라인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5일 오후 9시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반페미니즘은_청년의_목소리가_아니다' '#빼앗긴_여성의_목소리를_되찾자' '#우리는_여성혐오에_투표하지_않겠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5,000건 이상 올라왔다. 여성유권자 단체인 '샤우트아웃(SHOUT-OUT)'이 주최한 해시태그 운동이다.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혐오로 득표하려는 현 정치판을 두고 볼 수 없다" "더 이상 청년의 목소리에서 여성을 배제하지 말라" 등의 의견을 내놨다. 샤우트아웃 관계자는 "지워진 2030 유권자의 진짜 목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드러내야 한다"라면서 "2022년 여혐 대선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리켜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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