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기존 백신 반복 접종보다 새 백신 개발 필요"
유럽의약품청, 4개월마다 반복 접종 시 면역체계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반복 접종 대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기존 백신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 최우선 목표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반복될 경우 면역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기술자문단은 11일(현지시간) “기존 백신을 반복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실행 가능한 성공 전략이 아니다”라며 새 변이 감염에 큰 효과가 있는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문단은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는 것 외에도 감염과 전염에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며 “이런 백신이 나타날 때까지는 코로나19가 진화함에 따라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조성물(composition)을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종 변이가 아닐 가능성이 적지 않고, 백신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재 전 세계에서 후보 백신 331개가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오는 3월,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는 가을을 목표로 오미크론 대응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백신을 지속해서 접종할 경우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추가 접종을 반복할 경우 면역체계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 카발레리 EMA 백신 전략 책임자는 이날 “만약 4개월마다 부스터샷을 한다는 전략을 세운다면 잠재적으로 면역 체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카발레리 책임자는 또 “부스터샷의 반복 투여로 사람들이 피로해질 수 있다”며 “반복적 부스터샷은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신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 및 자연 면역이 증가하면서 면역 인구가 늘어나 풍토병(endemic)이 되는 시나리오로 빠르게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WHO와 EMA의 이날 경고는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개시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4차 접종을 개시한 이스라엘은 60대 이상 노인, 의료진, 면역 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이미 40만 명 넘게 접종을 실시했다. 남아메리카 칠레는 10일부터 4차 접종에 착수했으며, 그리스 보건당국도 이날 면역 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결정했다.
다만 최소 1회라도 기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은 일치하고 있다. WHO 자문단은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에 대한 접근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유엔의 집계 결과를 인용해 “고소득 국가 국민 중 67%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반면 저소득 국가 국민 중 백신을 접종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1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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