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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된 언론인

입력
2022.01.18 18:00
수정
2022.01.18 18:55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언론 국가인재로 영입한 이정헌 전 JTBC 기자(왼쪽), 안귀령 전 YTN 앵커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언론 국가인재로 영입한 이정헌 전 JTBC 기자(왼쪽), 안귀령 전 YTN 앵커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대근 기자

18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영입된 이정헌 미디어센터장과 안귀령 부센터장은 불과 열흘 전까지 JTBC·YTN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현직 기자의 정계 직행 사례는 오전에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 민경욱 전 의원이 꼽힌다. 현 정부에서는 강민석·윤도한·여현호 전 기자가 청와대로 직행했고, 조수진 의원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며 국민의힘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 기자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일이 잦아선지 비판조차 무디다.

□ 좀 더 노골적인 정치인-언론인 간 유착관계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에서 포착된다. 친분을 쌓으며 정보를 주고받은 행태부터 “1억을 줄 수도 있다”며 캠프에 영입하려 한 대목까지 정상적인 취재관계로 보기 어렵다. 유착관계는 통화 녹음이 MBC로 건네지며 깨졌지만 이를 진실 규명으로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기자에게는 정보 거간꾼의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MBC에도 그 여파가 미친다.

□ 언론의 편파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부실하다. 정치권은 비판적 보도에 소송으로 입막음하기를 관행처럼 반복한다. 공영방송에 정권의 입김이 없게 하려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답이 이미 나와 있건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만 차지하면 모르쇠다. 얼마 전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정상화’ 정책이라며 ▲사극 의무화 ▲국제뉴스 30% 편성 등 버젓이 편성권을 침해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치권이 정말 원하는 것은 중립 아닌 내 편 언론일 뿐이다.

□ 뉴스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비판 기사를 편파적 기사, 가짜 뉴스로 취급하는 게 일상이 됐다. 물론 뉴스 생산자들이 편향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그런 기사를 팔아왔지만 최근에는 도 넘은 왜곡, 선정성, 취재윤리 위반이 더욱 심해지는 듯하다. 그때마다 언론 불신은 강화되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기자들 존재는 잊히고 폄하된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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