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가족 리스크'에 다시 부딪혔다. 배우자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와 7시간 넘게 통화한 내용의 보도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씨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 녹취"라며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13일 냈다. 법원은 그러나 14일 김씨 통화 내용 중 수사 관련 등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공익적 목적의 방송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김씨의 전화 통화 발언이 끝내 공개될 것인지, 김씨가 어떤 수위의 발언을 했는지에 따라 윤 후보에게 또다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보도를 막는 과정에서 김씨 통화 내용의 파괴력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방송 저지 총력전 펼쳤지만… 못 막은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MBC가 '서울의소리'에서 받은 통화 내용의 보도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13일 서울서부지법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14일엔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내 인사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를 항의 방문했다.
'법으로' MBC 보도를 막으려는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불법 녹취 파일의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 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 공작의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취록 궁금증... 더 증폭
국민의힘 선택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설 정보지, 이른바 '지라시'를 통해 풍문으로 떠돌던 통화 내용의 일부가 법원의 결정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발언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기심도 있는 대로 커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데 막으려고 해본들 언로를 막을 수 있겠느냐"라며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소리'가 7시간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재판부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씨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녹음을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구나 기성 언론과 달리 유튜브는 실정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보도 저지에 나선 건 김씨 리스크의 위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김씨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윤 후보 지지율은 크게 출렁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실언 등 후보 본인의 실책보다 '김건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이슈가 더 악성"이라고 말했다.
때도 좋지 않다. 설 연휴까지 남은 약 2주 사이에 윤 후보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라는 '대안'이 생긴 것도 문제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씨 통화 내용의 공개나 언론 후속 보도를 강력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김씨의 통화 내용이 법원 결정문의 '별지' 형태로 세간에 퍼진 데 대해 추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 수석부대변인은 "별지는 실제 발언 내용과 다른 '쪽글'에 나온 것인데, MBC가 유출했다"며 "(유출하거나 보도하면) 즉시 형사고발 및 민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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