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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달에서 익사' 이 상상력으로 '세계 1등'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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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달에서 익사' 이 상상력으로 '세계 1등' 한 남자

입력
2022.01.15 04:30
수정
2022.01.15 09: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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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최향용 감독
"물 등급제는 재난 상황 자본주의 모습 상상"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연출한 최향용 감독은 14일 "극한상황에서도 인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모습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시각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연출한 최향용 감독은 14일 "극한상황에서도 인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모습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시각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최향용(41) 감독은 정우성을 2014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독립영화 감독에게 먼저 연락한 건 정우성이었다. 최 감독이 그해 낸 단편 영화 '고요의 바다'를 인상 깊게 본 정우성이 장편 제작에 욕심을 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 후 7년 뒤 '고요의 바다'를 시리즈 드라마로 만들어 넷플릭스에 공개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진 가까운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달 기지에 남겨진 정체불명의 샘플을 회수하라는 지시를 받은 대원들이 임무 수행 중 겪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다.

이런 내용의 드라마는 올 정초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글로벌 주간(2021년 12월 27일~2022년 1월 2일) 순위 정상에 올랐다. "처음엔 '고요의 바다'를 장편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어요. 4년을 준비했는데 중간에 제작이 중단됐죠. 이렇게 전화위복이 됐네요." 14일 이메일로 만난 최 감독의 얘기다.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물이 없는 달에서 사람들이 익사한다.' 최 감독은 이 아이러니한 아이디어를 굴려 '고요의 바다'를 만들었다. 극에서 대원들은 달에서 물을 발견한다. 월수(月水)는 인간의 피가 닿으면 무한증식하고, 그 물에 닿은 인간은 익사한다. 환경 오염으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는 지구에서 월수는 구원이자 공포다. 최 감독은 "자원이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생계형 자영업자와 빈곤층이 피해를 받고 결국 빈부격차가 커지며 계층 갈등이 심화한다"며 "그게 이 시대 자본주의의 모습이라 지구에서의 물 사용 등급제 설정을 녹였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에선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물 사용량이 달라진다.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올 정초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홈페이지 캡처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올 정초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홈페이지 캡처

'고요의 바다'는 인간성에 질문을 던져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와의 차별화로 주목받았지만, 우주의 중력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비현실적 연출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 감독은 "고증이 부족했던 지점도 있다"며 "하지만, 발해기지 내부를 모두 저중력으로 표현하기엔 현실적으로 제작이 불가능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최 감독은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출신이다. 졸업 작품으로 '고요의 바다'를 내놨고, 2006년엔 '초크'란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초크'는 어둡고 칙칙한 감옥에서 죄수가 뭐든지 그리면 실제가 되는 분필을 손에 넣고, 그 변화를 보여준다. 최 감독은 달 기지('고요의 바다')와 감옥('초크') 등 고립된 곳에 놓인 인간의 심리 변화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 그는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서스펜스를 불안과 긴장, 기대감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며 "최근 로봇을 소재로 한 만화 '플루토'를 다시 봤는데 '인간을 정의하는 걸 뭘까'라는 질문이 내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촬영 모습. 넷플릭스 제공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촬영 모습. 넷플릭스 제공

'고요의 바다' 시즌2 제작은 미정이다. 극 중 대원들처럼 우주로 간다면 최 감독은 기지 내 간이침대 옆에 무엇을 붙여놓을까. "제게 소중한 사람들 사진을 붙여놓지 않을까요? 삶의 의미를 자주 상기시켜줘야 될 것 같아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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