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술자 '작업중지권' 발동
이동식 크레인 조립 후 해체키로
건물 상층부 수색 21일로 연기될 듯
실종자 가족들 "시공사 비협조" 분통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현장의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201동 건물 타워크레인 해체 계획이 현장 기술자의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16일까지 해체 작업을 완료하고 건물 상층부에 대한 수색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21일로 연기했다.
15일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에 따르면, 사고 현장 작업 환경의 안전성을 우려한 현장 기술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면서 당국은 타워크레인 해체 계획을 변경했다. 민성우 HDC현대산업개발 안전경영실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16일 완료 예정이던 해체 작업 방식이 변경됐다. 근로자에게 불안정한 상태에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근로자 판단 하에 작업 방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 발생이나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로, 노동자가 요청하면 고용업체는 작업을 강제할 수 없다.
당국은 당초 이동식 타워크레인 조립과 201동 건물에 연결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다. 기존 타워크레인 붕괴 우려가 해소돼야 지상층의 콘크리트 잔해물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향후 해체 작업은 이동식 타워크레인이 먼저 조립된 뒤 진행된다. 민 실장은 "조립이 완료되면 붐대(크레인의 팔 부분)에 바스켓(Basket·바구니)을 달고, 그 바스켓에 사람이 들어가서 기존 타워크레인을 보강할 것"이라며 "해체 작업은 21일 완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식 타워크레인 조립을 위한 지반 보강 작업은 전날 밤 완료됐다.
지상층의 콘크리트 잔해물 제거 작업은 무인 굴삭기와 '롱 붐 암'(Long Boom Arm·팔이 긴 특수 굴착기) 등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다. 민 실장은 "타워크레인 붕괴 위험은 있지만, 무인 장비 등으로 하부 잔해물을 치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수색 작업이 지연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안모(45)씨는 취재진과 만나 "현대산업개발이 비협조적이다. 타워크레인 해체를 내일까지 한다고 해놓고 기술자들이 거부했다고 한다. 툭하면 장비가 고장났다고 한다"며 "우리가 봤을 땐 핑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수습된 김모(66)씨의 유가족들은 연고지인 수도권으로 시신을 옮겨 장례를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장례는 개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유족분 연고지가 수도권이라, 그 쪽에서 장례 절차를 밟으려고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