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특정 종교에 편향됐다고 주장해온 대한불교조계종이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조계종은 정부와 여당이 불교 문화를 왜곡하고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하면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명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퇴 △문재인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은 정부와 여당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더라도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조계종에 따르면 조계종이 결성을 주도한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범대위)는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다. 승려대회에는 전국 주요 사찰과 30개 종단이 결성한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에서 스님 5,000여 명이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해 종교 편향 재발방지책 마련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에는 범불교대회도 추진 중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위반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기 위해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스님들만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교계가 대선을 앞두고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의 종교 편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교계 내부의 여론이 있다.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국립공원 내부의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불교계의 불만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될 때부터 쌓여 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범대위는 홈페이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3일 신부와 수녀를 청와대로 초청해 축성식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개인 신앙인 가톨릭만 받들어 (중략) 이웃 종교를 무시하거나 홀대했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천주교를 부각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조성, 서산시의 해미국제성지 홍보 등을 사례로 들었다. 문체부가 서울대교구와 함께 추진했던 ‘크리스마스 캐럴 활성화 캠페인’도 종교 편향 사례로 꼽혔다.
반면 불교계 내부에는 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유행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적절한 방법도 아니라는 문제 제기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8곳은 17일 승려대회 개최에 대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가공무원법 등에 종교중립의무조항을 어기는 공무원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승려대회는 정법수호를 위한 여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에서 불교교단은 교단 내외의 분쟁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을 때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대중공의제도가 있지만 이번 승려대회는 이러한 절차가 없어서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중이 모이는 집회를 가지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재가연대 등은 “불교시민사회는 대통령 선거 시기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태롭게 하는 승려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대규모 대중 집회인 범불교도대회 역시 중단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이 정부와 여당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조계종 내부의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황희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대선후보가 조계종에 여러 논란에 대해서 사과했고 이달 17일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조계사를 찾았는데도 조계종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전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재가연대 등은 “상왕이라고 불리는 일부 권승이 선거 기간 정치와 종교의 은밀한 거래를 위하여 승려대회 강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지 말고, 뭇 생명의 고통을 구제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 본연의 정법 구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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