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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없는 기차 같던 시…계속해서 문 두드리겠다”

입력
2022.01.17 18:10
수정
2022.01.17 18: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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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17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자는 앞줄 왼쪽부터 오산하, 김세실, 남궁순금, 조은주씨. 배우한 기자

17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자는 앞줄 왼쪽부터 오산하, 김세실, 남궁순금, 조은주씨. 배우한 기자

“시가 마치 종점 없는 기차 같았습니다. 분명 기차를 탔는데 어디에도 멈추지 않고 내려주지도 않는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시를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시가 제게 말해지지 않는 것을 말하게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소리가 찢어진 북을 내려치거나 홀로 발을 굴려보는 것처럼 아무도 듣지 않는 소리로 느껴져도 계속해서 쓰게 되었습니다.”(시 부문 당선자 오산하)

“환갑이 지나 신춘문예 당선된 것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나이 때문에 오히려 과분한 축하를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소설은 오래 묵혀 둔 숙제 같아서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한 답이 문학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부지런한 작가가 되겠습니다.”(소설 부문 당선자 남궁순금)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4개 부문별 당선자인 오산하(24·시) 남궁순금(소설·61) 조은주(39·희곡) 김세실(24·동화)에게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작가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축하했다. 동시 부문 당선자인 전율리숲(42)씨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맡은 최윤 소설가는 “문학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이제 일생을 글 쓰는 일에 바치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글 쓰는 사람은 ‘사시’여야 하는 것 같다”며 “한쪽 눈은 현실을 보고, 또 다른 한쪽 눈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저 멀리 비전을 바라보는 파충류 같은 시각을 가진 작가가 되시길 바란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영성 사장 역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시련을 겪었지만 이해와 연대, 우정을 이야기하는 문학이 있기에 각박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곳에 계신 당선자들이 바로 그 희망의 증거이니 앞으로도 우리 문학과 사회의 희망이 되어줄 작품을 많이 써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인 조은주씨는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나니 세상 모든 게 소재 같았고, 그렇게 보니 세상은 인과와 서사가 가득한 신비의 나라였다”며 “부여받은 이름에 어긋나지 않게 사각 없이 보고 좋은 글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인 김세실씨는 “건강함과 사랑스러움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천 번 정도 읽었다”며 “나 역시 그런 건강함과 사랑스러움으로, 앞으로 세상에 실망할 일 많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견고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창작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최윤 손보미 하창수 소설가, 김소연 김상혁 시인, 이광호 문학평론가, 김민령 아동문학평론가와 당선자, 당선자의 친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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