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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고 지적인 사람"...뉴욕 지하철 살인 피해자 추모 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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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고 지적인 사람"...뉴욕 지하철 살인 피해자 추모 열기 고조

입력
2022.01.17 15:11
수정
2022.01.17 15:4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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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에 떠밀려 사망한 '미셸 알리사 고'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에 10년 넘는 자원봉사 활동
맨해튼에서 추모 촛불집회 추진돼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역에서 황망하게 숨진 미셸 알리사 고(40)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된다. 고씨는 정신병력과 전과가 있는 흑인 노숙인 사이먼 마셜에게 밀려 선로에 떨어졌다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언론인 메이 리 페이스북 캡처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역에서 황망하게 숨진 미셸 알리사 고(40)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된다. 고씨는 정신병력과 전과가 있는 흑인 노숙인 사이먼 마셜에게 밀려 선로에 떨어졌다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언론인 메이 리 페이스북 캡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정신병력과 전과가 있는 노숙인이 밀어 황망하게 사망한 아시아계 미국인 미셸 알리사 고(40)씨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주변에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던 그가 10년 넘게 여성과 어린이를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점까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기억하자는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고씨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LA 캘리포니아대(UCLA) 학사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NYU Stern School of Business) 석사를 마친 재원이었다. 직업도 세계적인 기업 자문 업체인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기업 전략과 운영, 인수합병 분야의 수석 매니저였다. 직장 동료 스테파니 프랑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셸은 나를 채용하는 데 인터뷰를 진행한 분이었고 기회를 준 사람”이라며 “정말 친절하고 지적이던 그가 이런 비극을 당해 너무나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살았던 뉴욕 어퍼웨스트 이웃들도 고씨를 ‘친절하고 상냥하며 매우 밝은’ 사람으로 추억했다. 한 이웃은 “그는 정말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었다”고 회상하면서 “(그의 사망은) 비극”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고씨가 여성, 어린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비영리 교육단체인 뉴욕주니어리그(NYJL)에서 10년 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활동가였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1901년 설립된 NYJL은 저소득층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 신장과 사회참여, 리더십 교육 등을 맡아온 시민단체다. NYJL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미셸은 10년 이상 우리의 소중한 일원이었다”며 “많은 친구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어이없는 그의 죽음을 ‘단순 사고’나 ‘묻지마 살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2세로 CNN 기자, CNBC 앵커 등을 거친 저널리스트 메이 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등 자신의 SNS를 총동원해 고씨의 죽음을 혐오범죄로 보고 묵과해선 안 된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메이 리는 “뉴욕 수사당국이 고씨의 사망을 증오범죄로 규정하진 않지만 우리는 2020년 3월 이후 1만 개 이상의 아시아 혐오 사건을 경험했다”며 “이번 주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그녀를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 리의 이 게시물을 인용하고, 리트윗하면서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동시에, “그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자”는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편에선 고씨의 죽음을 흑인 집단의 ‘혐오범죄’로 깎아내리는 데 악용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로 보이는 ‘2020 트럼프를 위한 캐롤라이나’는 SNS에 이번 사건 관련 기사를 인용하면서 ‘흑인의 증오범죄가 문제다(Black Hate-Crime Matters)’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과 제도적 인종차별 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인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를 비꼬는 것으로, 고씨의 사망마저도 ‘인종차별’의 도구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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