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 변호사 광고 무료화 해서 갈등 소지 없앨 것"
이달 중 판결문 검색 서비스 새로 선보일 예정
'로톡'은 많은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인지 몰라도 이름을 아는 특이한 경우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수 차례 분쟁으로 서비스 내용보다 사건 주인공으로 더 많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로톡은 기득권 세력과 신생기업(스타트업)의 혁신이 충돌을 빚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로톡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법률기술(리걸테크)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2012년 설립된 로앤컴퍼니가 제공하는 인터넷 법률 플랫폼이다. 누구나 손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변호사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와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변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변호사들이 인터넷 플랫폼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 변협은 세 차례 고발과 함께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징계를 예고하고 나섰다.
로톡의 진통은 여러 차례 법적 분쟁이 모두 무혐의 처리됐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변협이 "이의신청 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로앤컴퍼니의 공동창업자인 정재성(39) 부대표를 서울 서초중앙로의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나 계획을 들어 봤다.
"로톡,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는 법률 포털"
정 부대표는 법률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통계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 없이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 민사소송 1심 기준으로 72%입니다. 한쪽만 변호사가 있는 소송은 93%죠. 변호사 없이 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소송은 굉장히 불리해요. 한마디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에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들이 대거 늘었어요. 로스쿨 도입 이전인 2011년까지 배출된 변호사가 누적으로 1만2,600명인데 로스쿨 이후 2만명 가까이 증가해 최근까지 배출된 변호사가 3만1,000명이에요. 그런데도 사건 수임이 늘지 않으니 변호사들이 힘들죠. 특히 갓 개업한 청년 변호사나 소규모 법무법인들은 알릴 방법이 없어 힘들어요."
이를 바로 잡으려면 정보기술(IT)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정 부대표의 생각이다. "변호사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져 더 많은 사건을 맡으려면 IT를 이용해 접근성을 높여야 해요. 로톡은 손쉬운 변호사 검색과 각종 서비스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법률에 특화된 포털입니다."
어떻게 이용하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로톡 사이트나 앱으로 접속해 관심 분야와 지역 등을 선택해 회원 가입한 변호사를 검색하면 된다. 그러면 관련 변호사 목록이 뜨고 전화상담과 영상 상담, 방문 상담을 선택할 수 있다. "로톡은 상담 예약까지만 도와주고 실제 상담을 제공하지는 않아요."
로톡에서 변호사 상담을 예약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보통 변호사 사무실들은 30분 상담하면 10만원 정도 받아요. 로톡은 상담 시간을 15분, 20분, 30분 등 3가지로 나눠서 15분 상담시 2만~5만원에 예약할 수 있도록 했어요. 변호사들이 중간에 비는 시간을 짧게 할애해 상담에 이용하면서 사건 수임을 늘리도록 했죠. 이용자들도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변호사들을 더 많이 찾게 되죠."
상담 비용은 모두 변호사가 갖는다. 변호사법상 중계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서 로톡은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 부대표는 변호사들의 상담 예약을 위해 로톡에서 비용을 지출한다고 주장한다. "홍보를 위해 로톡에서 돈을 들여 이용자들에게 상담료 할인 쿠폰을 제공해요. 이용자들은 저렴하게 변호사와 상담하지만 할인 비용을 변호사가 아닌 로톡에서 모두 부담해요."
어떻게 돈 버나
로앤컴퍼니는 로톡 이용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유료 광고로 매출을 올린다. "변호사의 전문 분야별로 월 정액의 광고비를 받아요. 성범죄, 이혼, 상속, 부동산, 재산 관련 범죄 등 7개 인기분야는 광고비가 월 50만원, 나머지는 월 25만원이에요."
광고 기회는 변호사마다 동일하다. "정해진 광고 영역에 일정 기간 무작위로 노출되죠. 광고를 자주 한다고 우대하지 않아요. 대형 포털처럼 광고비를 많이 낸다고 상위에 노출하지도 않습니다. 변호사들과 상생 차원에서 광고로 경쟁을 붙이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개업한 지 만 10년 미만의 청년 변호사들이 로톡을 선호한다. "이용 변호사 가운데 청년 변호사 비중이 78%입니다. 이들은 로톡을 이용하지 않으면 불법 사무장이나 불법 브로커에게 소송 비용의 30%를 수수료로 떼어주고 사건 수임을 해야 합니다. 음지의 불법 브로커를 없애고 온라인 광고를 통해 투명한 법률 시장을 양성화하는 것이 로톡의 목표죠."
얼마나 이용하나
로톡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310만 명이다. 매달 순방문자(MAU)는 100만 명이 넘는다. "변협과 갈등을 빚으며 알려져 이용자가 늘었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도 지난해 3월까지 3,966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한변협이 변호사 광고규정을 개정해 로톡에 광고하는 변호사를 징계하기로 하면서 절반 이상 빠져나가 2,000명 이하로 줄었다.
변호사 급감은 로톡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구체적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월 대비 9월 매출이 67% 줄었어요. 11월부터 다시 회복하는 추세입니다."
변협과 왜 갈등을 빚나
변협은 기본적으로 로톡이 플랫폼 권력으로 자라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까지 직접적으로 갈등을 빚는 것은 광고규정이다. 변협은 지난해 5월 광고규정을 개정해 로톡 같은 인터넷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단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포털은 예외를 뒀다. 변협은 이를 어기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변호사들이 로톡을 대거 탈퇴했다. "휴면 변호사도 많이 늘었어요. 탈퇴하면 사건 수임 채널이 없어지고 징계를 받으면 학계 진출이나 공무원이 되기 힘드니 휴면 계정으로 숨는 거죠."
뿐만 아니라 변협은 2015년, 2016년, 2020년 등 세 번에 걸쳐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 등에 고발했다. 지난해 말까지 세 번의 고발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변협은 또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로앤컴퍼니를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했으나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변협은 네 건의 법적 분쟁이 모두 무위로 끝났으나 "이의신청을 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로톡은 변협의 광고 규정이 변호사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헌법 소원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변협은 로톡 이용을 막아 불법 브로커를 양산하며 법조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어요."
힘들게 꺼낸 광고 무료화 카드
결국 로앤컴퍼니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낸 고육책이 변호사들의 광고 무료화 조치다. "다음달 중순부터 상반기 동안 한시적으로 변호사들의 광고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IT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나 효율적인지 변호사들이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되면 로앤컴퍼니의 상반기 매출은 사라진다. "그만큼 내부 진통이 컸지만 변호사들과 상생 차원에서 광고 무료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어요. 직원들과 투자사들까지 모두 설득했죠."
줄어든 매출을 보완할 다른 방법도 없다. "그저 버텨야죠. 지난해 7월에 중기벤처기업부에서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돼 최대 100억 원의 특별 보조금을 연 1%의 낮은 이자로 빌릴 수 있어요. 이 돈과 그동안 받은 투자금으로 버티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시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지만 이를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무료 광고를 하며 로톡을 경험한 변호사들은 나중에 광고를 유료화해도 계속 이용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무료 광고로 한꺼번에 이용하는 변호사가 급증하면 나중에 유료화 후에 매출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죠."
판결문 열람 서비스도 이달 중 새로 제공
로앤컴퍼니는 이달 중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다. "법원이 판결문을 제한적으로 공개해 변호사들도 유사한 사건의 판결문을 찾기 힘들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빠르고 정확하며 쉽게 판결문을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해 이달 말에 선보입니다. 변호사들이 소송 전략을 세울 때 유용할 겁니다."
통계정보 서비스도 새로 선보인다. 로톡은 2020년 형량 예측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했으나 변협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문제 삼아 지난해 9월 이를 종료했다. "40만건의 형사사건 판결문을 수집해서 범죄유형별 분석으로 통계를 낸 데이터 분석 서비스였어요. 변호사들이 이런 통계 작업을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이를 문제 삼았으나 역시 무혐의 처리됐죠. 결국 형량예측 서비스는 사라졌으나 각종 수치를 보여주는 통계정보 서비스를 새로 선보여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변협과 대화 시도, 연내 4,000명 변호사 회원 복구할 것”
정 부대표는 고려대에서 산업공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한 뒤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서 3년간 경영 컨설팅을 했다. 그때 연세대 로스쿨에 다니던 공동 창업자 김본환 대표의 제의로 2012년 로앤컴퍼니를 창업했다. "로스쿨로 변호사 공급이 늘면 시장 판도가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봤어요. IT를 이용해 여기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죠."
정 부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변호사들과 적극 소통했다. 직원 중에도 7명이 변호사다. "변호사들 의견이 서비스 개발에 적극 반영돼요. 신사업팀장도 변호사입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내부에 20명의 개발자도 따로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로앤컴퍼니는 IT 회사입니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팀과 부설 법률AI연구소에 뇌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총 2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있어요.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안기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이며 프로그래밍을 따로 공부한 개발자죠."
정 부대표의 목표는 리걸테크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우리처럼 리걸테크 기업이 고발당하는 사례는 없죠. 더 이상 전세계 리걸테크 분야에서 우리가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 부대표는 변협과 적극 대화할 계획이다. "갈등이 아니라 서로 협의해 발전을 도모해야죠. 연내 4,000명 이상의 회원 변호사를 다시 확보할 수 있도록 변협과 적극 대화할 생각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