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상품으로 코로나 돌파한 승우여행사
“삼천리 금수강산 너도나도 유람하세 / 구경 못한 사람일랑 후회 말고 / 팔도강산 모두 같이 구경가세 / 자~ 슬슬 떠나가 볼까.”
1971년 발표된 서수남·하청일의 ‘팔도유람’은 전국 유명 관광지를 속사포 랩으로 훑는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몸을 사리던 2020년, 이 노래처럼 ‘팔도유람’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가 있다. 노부부 2쌍이 참가했다. 노래는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요, 어휴~ 구경 한번 잘했네”로 마무리된다. 실제 반응은 그 이상이었다. 서영원(80)씨는 “최초로 팔도유람 주인공이 됐으니 당시 (여행)팀 이름을 달에 첫발을 디딘 아폴로11호로 정했다”며 뿌듯해했다. 전국의 특산 음식을 두루 맛보고 느긋하게 여행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부인 이길자씨는 “두 번의 암 수술을 받은 환자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으며, 영육 간에 즐겁고 행복하니 치유의 은사를 받은 거 같습니다”라며 후기를 남겼다.
여행을 기획한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참가자의 후기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팔도유람’은 무려 24박 25일간 전용버스(제주와 울릉도는 배와 비행기 이용)로 전국 40개 도시를 돌아보는 상품이다. 지난해에는 방역 상황이 수시로 바뀌면서 무산됐지만, 올해는 4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집에서 픽업하는 것부터 모든 식사와 숙박을 포함한 가격은 535만 원이다. 3박 4일간 경남과 전남을 여행하는 ‘기차 타고 아래 한 바퀴’는 팔도유람의 축소판이다.
이 여행사는 잇달아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으며 코로나 시국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3개 봉우리(한라산·지리산·설악산)를 2박 3일에 완등하는 ‘코리아 3피크, 5570m 챌린지’로 다시 관심을 끌었다. “예전 사천공항을 이용해 지리산 천왕봉까지 왕복하는 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당일이어서 늘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런데 삼천포~제주 배편이 생기고, 제주~양양 간 항공 노선이 생겨서 2박 3일 상품이 가능하게 됐죠.”
두 차례 진행한 여행에는 19명이 참가했다. 등산 전문가가 아니라 20~6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김은진(37)씨는 신청을 해놓고 3개월간 매주 등산으로 체력을 키웠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직장 생활 10년에 좀 무료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이루어 냈다는 성취감이 컸죠.” 부인과 함께 참가한 류철현(59)씨도 “장거리달리기 결승선을 통과한 것처럼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3피크’ 도전은 4월 재개된다.
승우여행사의 이색 도전은 1998년 창업부터 시작됐다. 설립자인 이종승 대표는 인제 곰배령과 태백 금대봉으로 국내 야생화 트레킹의 유행을 이끌었고, 봉화 백천계곡과 남설악 흘림골 등 오지 여행 코스를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부친의 사업을 이은 이원근 대표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자자체와 협업해 꾸준히 새로운 코스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부석사에서 일몰을 감상한 후 소수서원에서 별을 보는 ‘영주야(夜) 한밤에’ 상품이 대표적이다. 낮에만 개방하는 소수서원이 별 보기 좋은 곳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소백산 자락을 샅샅이 돌아다녔기에 내놓을 수 있었던 상품이다. 죽령에서 부석사까지 42.195km를 걷는 ‘영주 소백산 우에로’ 상품도 그 결과물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여행업계가 사활의 기로에 놓인 와중에도 승우여행사는 지난해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1명만 남았던 직원도 9명으로 늘었다.
이달 말부터는 한국관광공사 및 강원도관광재단과 협업해 ‘강원 ESG 불착(불편하지만 착한) 트레킹’을 진행한다. 계절에 따라 강원도의 눈꽃길·들꽃길·옛길·바닷길을 걷는 여행으로,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플로깅(걷기+쓰레기 줍기)'를 병행한다.
요즘 공을 들이는 곳은 합천이다. 운석이 떨어져 거대한 분화구처럼 파인 대암산 자락으로 둘레길을 내기 위해 이 대표는 군청 공무원들과 함께 낮을 들고 덤불을 헤쳤다고 한다. 관련 상품은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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