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에 주택과 도로도 대거 파손
화산재·코로나 우려, 구호활동 난항
대규모 해저화산 폭발 직격탄을 맞은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쓰나미(해일)에 실종됐던 영국 국적 여성은 숨진 채 발견됐고, 해안가 주택과 도로는 처참하게 파괴됐다. 땅과 바다가 오염되면서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곳곳을 뒤덮은 화산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탓에 복구와 구호는 더디기만 하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질랜드 일간 NZ헤럴드 등 외신을 종합하면,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통가에 정찰기를 보내 피해 규모를 파악하면서 사흘 만에 현지 상황이 알려졌다. 지난 15일 화산 폭발 당시 해저 통신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연락이 두절, 그간 피해가 베일에 쌓여 있었다.
우선 이날 50세 영국 여성 앤젤라 글로버가 첫 사망자로 공식 확인됐다. 지난 15일 쓰나미가 섬을 덮칠 당시 자신의 개들을 구하려 유기견 쉼터로 향하다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는데, 사흘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앤젤라의 남동생은 영국 BBC방송에 “누나는 결혼한 2015년 매형과 통가로 건너간 뒤 ‘통가 동물복지협회’를 설립할 정도로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며 “통가의 사람과 문화, 모든 것을 사랑했던 누나의 사망 소식에 가족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도 추가로 나왔다. 피니 헤나레 뉴질랜드 국방장관은 한 방송에서 “글로버를 포함해 두 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통가타푸섬 북쪽에 위치한 하파이 군도에서는 조난신호도 포착됐다.
재산 피해도 확인됐다. 수도 누쿠알로파는 해안가를 덮친 쓰나미로 곳곳의 도로가 유실됐고, 주택 수십 채가 크게 파손됐다. 현지 하타푸 비치 리조트 소유주는 페이스북에서 “리조트가 완전히 쓸려나간 상태”라고 밝혔다. 피터 룬드 통가주재 뉴질랜드 고등판무관 대리 역시 “곳곳에 많은 돌멩이가 널려 있고 도시 전체가 화산재로 두껍게 덮여 있다”고 설명했다. 제드 세셀자 호주 국제개발ㆍ태평양 장관은 통가에 파견된 호주 경찰이 ‘상당히 우려되는’ 초기 평가를 내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뉴질랜드 공군 정찰기와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에는 무너져 내린 주거지와 잿빛이 된 해안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화산 폭발과 쓰나미가 남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1~2㎝가량 뒤덮인 화산재 탓에 식수원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적십자사 관계자는 “화산재가 통가 수원지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물이 가장 중요한 구호품”이라고 말했다.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다량의 이산화황과 산화질소 역시 통가와 인접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분출물이 대기 중 물과 만나 산성비를 뿌릴 경우 농작물이 광범위한 피해를 보게 되며, 식량안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국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공항 활주로에 덮인 화산재 탓에 착륙이 어려워 구호활동도 쉽지 않다. 해외로부터 인력과 물자를 지원받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주 주재 통가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쓰나미를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구 10만5,000명의 통가에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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