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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영수, 화천대유에 5억 입금... 초기부터 사업 깊숙이 관여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 입수]

입력
2022.01.2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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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법인 설립 때 박영수 통해 돈 들어와"
"박영수 딸에게 50억 정도 줄 생각" 언급
박영수에게 돈 전달할 방안도 논의한 정황
박영수 "누구한테든 돈 받을 이유 없어"

지난해 10월 1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해 10월 1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대주주인 김만배(56)씨에게 5억 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김씨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와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 분양대행사 대표 이기성씨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박 전 특검에게 지급해야 할 금전 문제 및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자 간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법인 만들 때 들어온 돈도 박영수 통해서"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 이름이 '박영수 고검장'으로 불리며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전 특검이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는 걸 감안하면, 김씨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박 전 특검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월 4일 대화를 보면, 김씨는 박 전 특검 인척인 이기성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 문제를 꺼내면서 박 전 특검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는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며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화천대유 설립 당시 유입됐던 초기 자금 중 일부가 박 전 특검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명으로, 정 회계사는 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만배씨가 녹취록에서 언급한 '돈의 흐름'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검찰은 2015년 4월 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 원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거래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이 5억 원 투자를 포함해 대장동 사업에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 박영수 전 특검 관련 대화. 송정근 기자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 박영수 전 특검 관련 대화. 송정근 기자


박영수가 입금한 5억, 화천대유 사업협약이행보증금에 쓰여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5억 원을 입금한 시점도 눈길을 끈다. 화천대유는 2015년 3월 27일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업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박 전 특검은 사업자 선정 1주일 뒤에 돈을 이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흘러나온 돈이 화천대유의 사업협약이행보증금으로 사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총사업비에서 공사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1%를 성남도시공사에 사업협약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납부한 이행보증금 72억3,900만 원 가운데 5억 원이 박 전 특검 통장에서 나온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건너간 5억 원이 박 전 특검 돈이라면, 천화동인 주주명부에 올라가지 않은 박 전 특검이 다른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보장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배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박 전 특검 계좌에서 들어온 돈은 박 전 특검 인척인 이기성씨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성씨 역시 검찰에서 자신의 돈을 박 전 특검을 통해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 모두 박 전 특검의 대장동 사업 직접 투자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다만 김씨는 돈을 모두 갚았다고 주장한 반면, 이씨는 돌려받지 못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017년 3월 6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017년 3월 6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박영수 딸 돈 50억, 자기한테 달래"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김씨가 박 전 특검 측에게 돈을 건네는 방법을 두고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2020년 7월 2일 정 회계사에게 "(이기성이) 나한테 ○○(박 전 특검 딸)이에게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기성)를 달래. ○○이를 차려 주겠대"라고 말했다.

김만배씨는 그러면서 "내가 ○○이를 50억 정도 줄 생각을 하는데"라고 이기성씨에게 말했다는 점을 정 회계사에게 설명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 전 특검 딸은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아 논란이 됐다. 검찰은 아파트 분양이 박 전 특검을 의식한 '대가성 있는 뇌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영수 변협회장 출마 관련도 언급

김씨는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자 간의 인연도 털어놨다. 정 회계사와의 2020년 6월 17일 대화를 보면 "(돈 요구) 이제 그만해. 이번에 (협박)하면 진짜로 니네 형(박 전 특검) 변호사 회장 나올 때서부터 그런 것까지 다 나오면 어떻게 해. 남욱이가 돈이 어딨어. 다 그 돈으로 넣은 거지. 이러면 다 죽는다"라고 이기성씨에게 주의를 줬다는 식으로 말했다.

박 전 특검은 이에 대해 자신은 대장동 관련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기성씨에 대해선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고, 김만배씨와 이기성씨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녹취록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대장동 사업 관련자 그 누구로부터도 금원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5억원 투자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자세히 설명했고 어떤 범죄 혐의와도 무관함이 확인됐다"고 했다.

김영훈 기자
손현성 기자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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