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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반대" 대기업 조형물에 녹색칠... 기후시위 국내 첫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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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반대" 대기업 조형물에 녹색칠... 기후시위 국내 첫 처벌

입력
2022.01.19 15:41
수정
2022.01.19 17: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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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발전 반대' 청년단체 , 두산 상대 기습시위
"두산이 친환경 경영 내세우며 석탄투자 계속" 비판
민사 손해배상 재판도 진행...기후 관련 소송 늘어날까

강은빈(왼쪽)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와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지난해 2월 두산중공업 본사 앞 ‘두산(DOOSAN)’ 조형물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강은빈(왼쪽)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와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지난해 2월 두산중공업 본사 앞 ‘두산(DOOSAN)’ 조형물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지어지면 안 됩니다.”

지난해 2월 경기도 성남시의 두산중공업 본사 정중앙에 설치된 ‘두산(DOOSAN)’ 글자 모양의 조형물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스프레이를 뿌린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강은빈(25), 이은호(33)씨는 로고를 밟고 올라가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펼쳤다. “최후의 석탄발전소 내가 짓는닷!”이라고 두산중공업을 비판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10여 분의 시위 후 미리 준비한 스펀지로 녹색 스프레이를 지우다 경찰에 연행됐다. 두산중공업은 이 시위로 조형물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19일 미신고집회를 열고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집시법 위반 및 재물손괴)로 불구속기소된 두 활동가에게 강씨 200만 원, 이씨 3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기후위기 시위로 형사 처벌을 받은 국내 첫 사례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행동이 늘어가는 만큼 향후 비슷한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추세 역행하는 석탄투자, 시위 불러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시위 이유는 두산중공업의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때문이었다. 2020년 한국전력이 신규 투자를 결정한 베트남 붕앙-2 발전소의 설계ㆍ조달ㆍ시공을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맡았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됐다.

사업은 추진단계부터 논란이었다. 해외 기업과 투자기관들이 탈석탄 선언을 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였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붕앙-2가 가동되는 2025년 한국이 투자한 해외 석탄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억7,800만 톤으로 2020년(1억3,500만 톤)보다 4,30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붕앙-2 사업은 약 7,900만 달러(943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그룹, 노르웨이 연금회사인 KLP 등 유럽 기관투자자들도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ESG 내세운 그린워싱 사건

환경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이 사업이 전형적인 ‘그린워싱(GreenWashingㆍ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판한다.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2020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 방문하자 “국내 친환경에너지 대표기업으로서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나라' 활동가는 “우리가 백날 찬물로 샤워하고 종이 빨대를 쓴다고 해도 국내 기업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추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9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19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전 세계 기후소송 매년 140건...헌법소원도 진행 중

변호인인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두산이 주장한 조형물의 스크래치가 활동가들의 시위로 발생한 것인지 불분명해 일부 무죄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 영업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로 미래가 불안해진 청년들의 생명권이 더 우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이 활동가들에게 청구한 1,840만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민사소송 대응을 통해 기후시위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후 관련 소송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런던정경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에 매년 140건 이상의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국내에도 헌법소원이 진행중이다. 2020년 3월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제25조 1항)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가 탄소중립ㆍ녹색성장기본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제8조 1항이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하한선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로 정한 것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두 단체는 "정부의 목표가 기후위기를 막기에 역부족이라 국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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