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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남은 우리 땅" 김만배, 대장동 이어 오리역 사업도 노렸다

입력
2022.01.21 04:30
수정
2022.01.21 13: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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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서 장기대여금으로 빌린 472억 갚으려
LH 오리사옥 부지·하나로마트 부지 사업 계획
'소스'로 김용·최윤길 언급… 공무원 접촉 얘기도
은수미 형사재판 등 성남시장 현안 챙긴 정황도
은 시장 측 "김만배 모른다. 일정 찾아봐도 없어"

성남시 오리역 인근에 위치한 LH 오리사옥. LH 제공

성남시 오리역 인근에 위치한 LH 오리사옥. LH 제공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가 대장동 사업 종료 뒤 성남시 오리역 인근에서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획했던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용도 변경 등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성남시장의 현안을 적극 챙기고, 성남시 공무원들과 접촉하며 사업판을 짰다는 얘기도 등장했다.

김만배 "오리역 사업 무조건 할 것"

20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만배씨와 정영학(54)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오리역(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부지를 염두에 둔 개발 계획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 23일 정 회계사에게 "'이쁜 처녀(LH 오리사옥 부지 지칭)'에 꽂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같은) 도시개발사업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20년 3월 24일에도 "LH가 층수 올려 달라는 거도 형(김만배)이 시청에서 거부(하게) 해놨다"며 "오리역 사업은 (내가) 무조건 할 거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에게는 "내가 구박하더라도 거머리같이 붙어라. 성남은 우리 땅이야"라며 사업을 함께 하자고 했다. 정 회계사는 "(자금 조달) 구조는 완벽하게 짜놨습니다"라며 대장동 사업에서 손잡았던 하나은행 측과 금액을 맞추기로 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오리역 사업 관련 녹취록

오리역 사업 관련 녹취록

김씨는 녹취록에서 LH 오리사옥 이외에도 "영학이하고 하나로마트 (부지 사업) 할 거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씨가 말한 하나로마트 부지는 성남시에서 임대한 땅으로, LH 오리사옥 길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김씨는 분당의 초역세권 부지를 개발해 수익을 올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3월 24일 대화에서 김씨는 LH 오리사옥 부지를 두고 "우선 층고를 한 20층 넘게..."라고 했고, 정 회계사는 "오피스(사무용 건물)로도 승부가 난답니다"라며 은행권의 수익성 평가를 전달했다. 이에 김씨가 "오피스?"라고 되묻는다. 애초 주거 가능 오피스텔 사업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오리역 사업 수익으로 2019년부터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렸던 472억 원을 청산하려는 의중도 드러냈다. 2020년 7월 27일 김씨는 "내가 회사에 빚진 게 400 얼마인데, (세금 등을 감안해) 다 갚으려면 800억 원이 넘(게 필요하)더라. 돈도 없어서 영학이하고 사업 하나 해야겠다"고 말했다.

용도 변경 필요 부지... 성남시장 포섭하려 했나

시각물_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오리역 사업' 부지

시각물_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오리역 사업' 부지

녹취록을 보면, 오리역 사업 성공을 위해 김씨가 성남시장을 포섭하려고 한 듯한 흔적도 나온다. LH 오리사옥과 하나로마트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묶여 있어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상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다. 오피스텔 등을 세우려면 성남시를 움직여 '주거 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녹취록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의 재판 관련 얘기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김씨는 2020년 3월 13일 정 회계사 및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금 힘써서 (은 시장이) 당선 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맞장구쳤다.

김씨는 2020년 3월 24일에도 "오리역 (사업)을 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는데 은수미 시장 재판이 이렇게 된 마당에 차질이 왔다"며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래"라고 말했다. 그해 2월 6일 은 시장은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20년 3월 31일 역시 "대법원 가면 100% 당선 무효일 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줄 거야"라며 은 시장 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해 7월 9일 은 시장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이후 벌금 90만 원이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수미 시장 측은 이날 본보에 "은 시장은 김만배씨를 모른다"고 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장) 일정을 찾아봐도 김만배씨 관련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국장급 공무원 상대 '로비' 의심 대목도

김씨는 2020년 5월 7일 "(더불어)민주당이 은 시장 아웃(당선 무효형 확정)에 대비해 지방선거 전에 (판결이) 결정 나게 할 것"이라며 "형(김만배)의 소스가 누구냐. 1번 김용(민주당 선대위 부본부장) 2번 최윤길(전 성남시의장) 3번 조○○"이라 말했다. '소스'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은 나오지 않지만, 자신에게 고급 정보를 알려주는 지인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가 오리역 사업을 위해 성남시 공무원들과 접촉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L○○ 주택국장과 K○○ 도시계획국장을 만나 다 계획을 짜고 있다"(2019년 12월 23일)는 식이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시의회) 의원들 로비는 (시)의원 통해서 해야 돼"(2020년 7월 6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이상무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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