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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리필~' 엄동설한 이기고 자란 쫄깃한 맛과 향, 차원이 달랐다

입력
2022.01.24 0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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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리 고장 특산물 : 전주 미나리
호성동 평화동 등에서 하우스·노지 생산
궁중에 진상할 정도로 식감과 향 좋아
2,3일 지나면 시들… 전국으로 신속 출하
전주시, 빵과 막걸리 등 가공식품 다양화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일대에 펼쳐진 미나리밭 너머로 아파트들이 보인다. 전주= 김성환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일대에 펼쳐진 미나리밭 너머로 아파트들이 보인다. 전주= 김성환 기자

엄동설한을 이기고 자란 겨울 미나리는 다른 계절에 수확한 미나리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다. ‘겨울에 맛보는 봄맛’으로 통한다. 복어탕이나 대구탕 등 매운탕을 찾는 사람들이 ‘미나리 리필’을 외치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겨울 미나리 중에서도 얼음을 깨고 수확한 미나리는 쫄깃한 맛이 가득해 최고로 평가 받는다.

만경강 지류인 소양천을 사이에 두고 전북 완주군과 맞대고 있는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인구 65만 대도시 전주 외곽에서 나는 미나리가 그런 미나리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난 12일 소양천변을 따라 걷자, 꽁꽁 얼어붙은 논 사이로 옹기종기 앉은 비닐하우스들이 눈에 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초록빛이 감도는 비닐하우스 옆으로 다가서자,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미나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전국 최대 미나리 생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영하 7도의 강추위에도 비닐하우스와 주변 노지는 수확을 기다리는 미나리로 가득했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미나리들이 자라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미나리들이 자라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전날 비닐하우스 옆 노지에서 수확한 미나리를 세척해 포장 작업을 하던 유강남(72)씨는 “전국적으로 미나리를 재배하지만 아직까지 '청정 전주 미나리'를 따라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전주 미나리는 전국 생산량의 30~40%에 달한다.

48년째 미나리 농사를 해온 유씨는 5,6년 전부터는 비닐하우스에서도 키우기 시작했다. "하우스에선 80~90㎝ 길이의 흰미나리, 노지에선 60~70cm의 빨간 미나리를 재배한다"고 유씨는 말했다. 미나리는 보통 파종 후 40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다. 이날 포장대 위에 올라온 미나리는 지난해 11월에 파종한 것들이다. 유씨는 “수확한 지 2,3일이 지나면 시들해져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운송업체를 통해 10단 한묶음 기준으로 하루 50묶음씩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을 비롯해 전국으로 신속하게 출하한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장 근로자가 수확한 미나리를 세척하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장 근로자가 수확한 미나리를 세척하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전북의 대표 도시인 전주는 국내 주요 미나리 산지지만, 개발 여파로 재배면적이 점점 줄고 있다. 서신동에서 농사를 짓던 유씨는 해당 지역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호성동으로 옮겨왔다. 전주에선 현재 평화동과 전미동, 호성동 등을 중심으로 100여 가구가 200ha 면적에서 미나리 농사를 하고 있다.

전주시는 해독 작용과 혈액 정화, 숙취 해소에 효험을 내는 미나리를 전주 특산물로 굳히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주가 독립 영화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시지만, 영화 ‘미나리’ 때문만은 아니다. 전주시 관계자는 “과거 궁중에 진상했을 정도로 식감과 향이 좋아 전주 미나리는 전주 팔미(八味)로 꼽혔다”며 “미나리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미나리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전주 미나리’ 캐릭터 공모전까지 개최했다.

지난 1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옛촌도가 양조장에서 미나리 막걸리 발효 과정을 연제문(오른쪽)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지난 1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옛촌도가 양조장에서 미나리 막걸리 발효 과정을 연제문(오른쪽)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전주= 김성환 기자

삼겹살 등의 구이는 물론이고 무침과 전, 탕에 활용돼온 미나리는 최근엔 빵과 만두 부재료로 활용된 데 이어 막걸리로 시중에 나왔다. 전주시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한옥마을에 ‘전주 맛배기’라는 홍보관을 지난해 9월 개관했다. 이곳에 전시된 다양한 지역 특산물과 가공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미나리 막걸리다.

모주를 비롯해 전통술로 유명한 전주시는 대전에서 파우더 막걸리 등을 개발해 주목을 받은 '옛촌도가'라는 회사와 손을 잡았다. 추조 가즈오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이 전주의 '옛촌도가' 공장을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자, 미나리 가공식품 다양화를 추진하던 전주시가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연제문 옛촌도가 회장은 “전주시로부터 제안을 받고 미나리 함량을 1~3%까지 테스트해 봤는데, 2% 함량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며 “막걸리 대중화와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리 막걸리가 인기를 끌 조짐을 보이자, 연 회장은 직접 미나리 재배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재배면적이 줄고 있는 전주 미나리가 가공식품 계발을 계기로 특유의 맛과 향을 알릴 기회가 커진 것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역 식품기업과의 협업으로 미나리 가공식품 개발에 더욱 힘을 쓸 것”이라며 “미나리를 전주 팔미로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리 막걸리주(왼쪽)와 미나리 막걸리 파우더. 전주=김성환 기자

미나리 막걸리주(왼쪽)와 미나리 막걸리 파우더. 전주=김성환 기자


전주=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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