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겨울 중 가장 춥다는 대한(20일)이 있었다.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갔다가 얼어죽었다'는 속담에서 보듯, 이름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서울에는 제법 눈다운 눈까지 내려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기후변화탓인지 강설량이 현저히 줄어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는 날이 줄었다. 가끔 내리는 눈도 예전만 못해 제대로 된 설경을 보기도 쉽지 않다.
눈에 덮인 산은 그 자체가 절경이지만, 나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겨울철 이상기온으로 적설량이 적어 고지대 아름드리나무가 고사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단다. 일정량의 눈이 쌓여야 봄 내내 안정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봄 가뭄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조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 겨울 눈이 자연에는 축복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제대로 된 눈을 보기 위해 폭설 예보가 있는 강원도 속초를 찾았다. 한밤중 내린 눈에 작은 동네 길은 도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무릎까지 빠지는 산길을 걸었다. 얼마 가지 못해 차디찬 겨울바람과 함께 닥친 눈보라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바람을 등지고 섰다.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곱은 손이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향했다. 바람에 깎인 날카로운 눈 조각을 스치듯 지나는 눈보라의 흔적. 북극을 탐험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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