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12일째, 구조 현장 들어가 보니
쇠갈퀴로 일일이 콘크리트 잔해물 걷어내
내시경 카메라와 기계도 도움 안돼 '수작업'
분진 탓에 코끝과 옷깃 어느새 까맣게 변해
'최후의 1인까지 최선 다한다' 문구 인상적
"작업중지, 작업중지, 22층에서 낙하물 발생…"
취재진의 현장 출입이 잠시 허용된 22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201동 건물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수시로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 소방대원들이 들고 있는 무전기에선 낙하물 발생 공지가 계속 흘러 나왔다. 대원들은 코끝이 까맣게 변할 정도로 분진이 날리는 건물 내부에서 별도 기계 장비도 없이 일일이 손에 든 갈퀴로 콘크리트 잔해물을 걷어 내며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구조작업은 이렇게 붕괴 사고가 발생한 뒤 12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뻥 뚫린 거실, 구조물 낙하 사이렌 계속 들려 위태한 상황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던 201동 타워크레인 일부가 철거되면서 건물 내부로 취재진 출입이 허용됐다. 안전 지대인 20층까지는 다른 아파트 공사 현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구조견의 이상 반응이 감지됐던 22층에 올라서자, 무너져 내린 20~30㎝ 두께의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23층과 24층에 올라가자, 불룩하게 부른 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 천장의 '배부름' 정도는 고층으로 갈수록 커졌다. 떡시루처럼 윗층 구조물들이 쏟아져 내려 쌓인 25층 일부 호실은 진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29층 1호실에 이르자 거실 공간 벽면으로 뻥 뚫린 낭떠러지가 펼쳐졌다. 2호실은 현관 앞부터 허공이었다. 최고층인 39층에는 작업자들이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설치했던 것으로 보이는 열탄 사각 깡통 20여개가 보였다. 몇 걸음 앞으로 내딛자 소방 관계자가 "양생이 덜 됐다"면서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제야 내려다본 발 밑은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콘크리트 양생이 덜 됐거나 배합 비율이 잘못돼 있을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던 전문가들의 말 그대로다.
문희준 서구긴급구조통제단장은 "배가 부른 천장에서도 낙하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올라갈수록 무너지는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분진이 자욱하게 날려 코끝과 옷깃은 어느새 까맣게 변해 있었다.
쇠갈퀴로 잔해 걷어내며 실종자 수색
소방대원들은 안전모와 안전줄만 착용한 채 무너진 17개층 중에서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2개층을 중심으로 잔해물을 치우는 작업을 했다. 이들을 붕괴 가능성을 감안해 별도 장비 없이 손에 3m 길이의 쇠갈퀴를 든 채 잔해물을 일일이 긁어내며 실종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문 서장은 "콘크리트 잔해는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해 볼 수 없다. 구조 작업도 기계를 사용할 수 없다. 대원들이 육안으로 보고 잔해물을 조금씩 끄집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색 작업 중 만일의 사태에 대해 묻자, 소방대원들은 계단에 있는 '라이트 라인'을 따라 1층까지 20~30층을 내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는 "맨몸으로 내려가면 9분이 걸리는데, 대원들은 장비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12분 정도가 소요 된다"면서 "뛰어 내려가면 위험할 수 있어 뛰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지대인 20층에 마련된 임시 휴식공간에는 '최후의 1인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본격 수색작업 24일부터 진행 전망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및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소방당국은 이날 201동 크레인이 모두 해체되면 외벽 안정화 작업 및 낙하물 방지망 설치 등 추가 안전조치를 거쳐 24일부터 본격적인 수색구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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