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킹메이커'와 '해적: 도깨비 깃발'(해적2)이 26일 나란히 개봉한다. 설 연휴 대목을 노렸다. 충무로 화제작이 동시 공개되는 건 지난해 9월 15일 ('보이스' '기적') 이후 4개월 만이다. 극장가는 외견상 활기를 띠게 됐으나 흥행 전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쌓인 한국 화제작들이 올해 개봉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코로나19가 상영 시기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는 지속될 전망이다.
감독 이름만으로도 눈길 갈 영화들
올해 개봉 예정 영화들은 면면이 화려하다. 감독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극장에 불러낼 영화들이 줄지어 있다.
'외계+인'이 최고 화제작으로 꼽힌다. '도둑들'(2012)과 '암살'(2016)로 각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고려 말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1년 사이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김우빈과 류준열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등이 출연한다. 비인두암으로 투병했던 김우빈이 '마스터'(2016) 이후 출연한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추정 제작비는 400억 원으로 1, 2편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영화계에 따르면 1년 중 최대 대목인 여름 시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달 간격으로 1, 2편을 공개하거나, 1편은 여름에 2편은 겨울에 각각 개봉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영화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의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영웅' 역시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담은 영화로 당초 2020년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촬영 완료 3년이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여름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배급사가 '외계+인'과 동일하게 CJ ENM이라 조정이 필요하다.
'명량'(2014)으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을 지닌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도 올해 극장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그린 영화로 당초 지난해 여름 개봉 예정이었다. 김 감독의 이순신 장군 3부작의 마지막 편 '노량: 죽음의 바다'가 지난해 6월 촬영을 이미 끝내 '한산: 용의 출현'의 개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영화계에선 여름이나 추석 연휴를 개봉 시기로 꼽는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역시 올해 개봉을 추진 중이다. 5월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곧바로 개봉할 가능성이 있다. '베테랑'(2016) 등의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 신작 '더 문'도 올해 개봉 예정작이다.
‘스파이더맨’ 흥행 따르고 싶지만…
한국 영화들이 개봉 계획을 나름대로 세워도 극장가는 결국 코로나19의 손안에 있다. 한재림('관상' '더 킹' 등) 감독의 '비상선언'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비상선언'은 외형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제작비 250억 원으로 항공 재난을 담았다.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1월 개봉하기로 발표했다가 지난 연말 무기한 연기를 알렸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돼서다. 눈에 띄는 화제작인데다 '칸 효과'마저 누릴 영화이나 코로나19와의 정면 대결을 피했다. '비상선언' 역시 여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을 완료하고도 개봉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한 한국 영화는 100편 안팎으로 꼽힌다. 올해 모두 선보인다고 가정하면 1주일에 2편씩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덩치 큰 영화들이 쌓여 있어 중소형 상업영화들은 개봉 시기 잡기가 더욱 어렵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성공은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초로 700만 관객을 지난 20일 돌파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의 흥행(802만 명)이 부럽지 않을 성과다. '관객들이 볼 영화는 본다'는 확신이 극장가에 생기게 됐다. 문제는 1년에 1, 2편 정도만 관객들에게 '똘똘한 영화'로 간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변수를 감안해야 하고 경쟁작들 개봉 시기 눈치를 봐야 하기도 한다"며 "미개봉 화제작이 급증하니 셈법이 더욱 복잡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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