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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 1월 28일 헌재 교육 차원 체벌 무죄, 허용과 반대 끊이지 않는 논란

입력
2022.01.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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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28일
교육부 체벌 허용한 학교생활규정 예시안 제정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전면 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편집자주

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2000년 1월 29일 자 한국일보 31면, “교육차원 체벌 정당”. 헌재, 교사 폭행사실만으로 범죄 혐의 인정은 잘못.

2000년 1월 29일 자 한국일보 31면, “교육차원 체벌 정당”. 헌재, 교사 폭행사실만으로 범죄 혐의 인정은 잘못.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성향 교육단체가 2010년 7월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0.7.7. 김주성 기자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성향 교육단체가 2010년 7월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0.7.7. 김주성 기자

2000년 1월 28일 교육 목적을 위한 체벌은 정당하며 체벌을 가한 교사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 전 재판관)는 학생 체벌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서울 D중학교 교사 박 모씨 등 2명이 서울지검 남부지청을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 ''죄가 없음' 처분을 했어야 함에도 검찰이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 2000년 1월 29일 자 한국일보 지면 보러 가기 ☞ www.hankookilbo.com/paoin?SearchDate=20000129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박 모 교사 등은 무단결석과 흡연 등으로 적발돼 교내 봉사활동을 하던 3학년 박 모군이 소란을 피워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불량하게 반항하자 뺨과 가슴 등을 때렸다. 이에 박 교사 등은 112 신고를 당했고, 검찰은 이들의 범죄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처분하자 헌법소원을 낸 것이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체벌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별도의 논의로 하더라도 초·중등교육법 취지상 학교장이 정하는 학칙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가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았다고 보여진다'며 '어떤 경우에 어떤 방법의 체벌을 가해야 되는지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 취지도 교사의 징계권 행사 허용한도 내의 체벌을 정당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 1만9개 초·중·고교 가운데 교칙으로 교사의 학생체벌을 허용하는 곳은 5,127개교(51.2%)이고, 나머지 48.8%는 체벌을 일절 금하는 대신 벌점 등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체벌 인정, 교육청은 체벌 반대 조례 제정… 갈등의 연속

2002년 6월 27일 자 한국일보 30면, 교육부 ‘학생생활규정 예시안’.

2002년 6월 27일 자 한국일보 30면, 교육부 ‘학생생활규정 예시안’.

체벌 논란은 교사, 학부모, 학생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 안에서도 계속됐다.

2000년 6월 26일,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 체벌의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한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제정해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예시안에 따르면 체벌은 ▲교사의 훈계나 반복적인 지도에 변화가 없는 경우 ▲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인격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 ▲다른 학생을 이유 없이 괴롭히는 경우 ▲남의 물건 및 물품을 의도적으로 손상시키는 행위 ▲학습태도가 불성실한 경우 ▲학교가 정한 벌점을 초과한 경우 등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했다. 또한 교사가 학생을 체벌할 때 지름 1㎝ 내외, 길이 50~60㎝ 이하의 직선형 나무를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2년 7월 14일에는 법원에서 교사의 체벌이 학생에 대한 훈계와 징계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방법과 정도를 넘어서면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최건호 판사는 지각을 나무라며 비하하는 데 항의하는 학생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모 중학교 교사 서 모씨에 대해 유죄인 형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체벌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학교생활규정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내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부, 진보교육감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 제동

2002년 7월 15일 자 29면, 학생체벌 방법ㆍ정도 지나치면 “정당행위 볼 수 없다” 판결

2002년 7월 15일 자 29면, 학생체벌 방법ㆍ정도 지나치면 “정당행위 볼 수 없다” 판결

이후 2009년 서울시교육청은 1학기부터 체벌을 근절하기 위해 서울시 내 초·중·고에 벌점으로 학생을 지도하는 제도(그린마일리지, 상·벌점제)를 시범 운영 도입했다. 2010년 7월 19일에는 "최근 교사의 체벌로 학생들의 인권이 크게 침해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2학기부터 각급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2011년 1월 17일 간접체벌 허용을 담은 '학교 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여 체벌을 전면 금지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거나 이미 제정한 교육청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갈등 속 2012년 1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안을 공포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날 곧바로 서울학생인권조례 대법원 무효 확인 소송 및 헌법재판소 조례 재의요구 철회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9월 26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교과부의 청구를 기각해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를 적법하다고 결정했고 같은 해 11월 28일 대법원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각하한다.

이후 대법원은 2015년 전라북도의 학생의 두발·복장 자유화와 체벌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안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교육부 장관이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소송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당시 소송은 교육부가 진보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인권조례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한 측면이 있었다.


2015년 5월 16일 자 한국일보 27면 사설, 학생조례 적법 판결, 더는 소모적 논쟁 말아야.

2015년 5월 16일 자 한국일보 27면 사설, 학생조례 적법 판결, 더는 소모적 논쟁 말아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제2장 학생인권

제2절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제6조(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①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학생은 특정 집단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설하는 행위나 모욕,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③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을 방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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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기자
자료조사= 김지오 DB콘텐츠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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