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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별의 사이렌] 전 배우자는 무슨 죄?…예능 웃음 버튼 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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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별의 사이렌] 전 배우자는 무슨 죄?…예능 웃음 버튼 된 '이혼'

입력
2022.01.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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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이 JTBC '아는 형님'에서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했다. 방송 캡처

서장훈이 JTBC '아는 형님'에서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했다. 방송 캡처

출연자의 전 배우자에 대한 농담이 들려오고, 곧바로 까르르 소리가 이어진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예능의 웃음 버튼이 된 듯한 모양새다. 방송에 출연한 이의 전 부인, 전 남편은 과연 이 모습을 마음 편히 볼 수 있을까.

예능을 사랑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서장훈에 대해 말할 때 이혼을 떠올린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혼이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소비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서도 서장훈의 이혼과 관련된 말이 나왔다. 출연진은 과거 연인 혹은 배우자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서장훈이 말없이 앉아 있자, 김희철은 "그러면 장훈이 형은 예전…"이라고 했다. 서장훈은 전 부인 오정연의 이야기가 나올까 우려해 다급하게 "기권"이라고 외쳤다.

지난해에는 이수근과 혜리가 "콧대 높은 남자와 콧대 높은 여자"라며 팀명을 코코로 소개해 시선을 모았다. '요즘 우리는'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장훈은 "잔인하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는'은 이상민과 이혼한 이혜영이 속해 있던 그룹 코코의 노래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이혜영이 된 듯 "오빠, 나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라고 했고, 이상민이 장난스레 그를 때렸다.

지난 16일 방송된 MBN '신과 한판'에서는 조영남이 전 부인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조영남은 과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바람피운 남자에 대한 최고의 복수였다"고 말해 대중에게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여정이 배우로서 쌓아올린 결실들을 '복수'라는 단어로 폄하했다는 이유였다. '신과 한판'의 출연자 도경완은 이에 대해 언급하며 조영남에게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느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조영남은 "전혀 안 했다. 얼마나 근사하냐. 미국식 조크다"라고 답했다. 그가 이러한 말을 하는 장면에는 웃음소리가 삽입됐다.

조영남의 전 부인 이야기는 이후에도 한참이나 이어졌다. 조영남은 "(윤여정이) 맨날 TV 광고에 나오고 영화에 나오니까 같이 사는 느낌이 든다.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때도 웃음소리 효과음이 들려왔다. 이날 방송에서 윤여정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까지 했다.

조영남이 MBN '신과 한판'에서 윤여정을 언급했다. 방송 캡처

조영남이 MBN '신과 한판'에서 윤여정을 언급했다. 방송 캡처

이 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의 이혼이 예능의 웃음 장치로 사용돼 왔다. 여러 스타들이 함께 출연한 이의 전남편, 전 부인을 언급하며 농담을 했다. 게스트의 이혼 관련 경험담 또는 망언을 들은 스타가 할 말을 잃은 듯 당황한 표정을 지어도 웃음소리 효과음이 삽입됐다. 이혼을 경험한 남녀 중 방송을 찾은 사람의 상황은 그나마 나았다. 그는 출연료라는 경제적 보상을 얻었고, 일부는 이와 관련된 예능 캐릭터를 구축했다. 불편함은 죄 없이 이야깃거리로 소비된 전 배우자의 몫이었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사라지고, 이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많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혼한 남녀를 일상에서, 그리고 TV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해서 이혼이 가볍게 다뤄져도 되는 주제는 결코 아니다. 누군가에겐 한때 사랑했던 이와의 이별이 큰 아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의 전 배우자, 혹은 시청자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주제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게 맞다. '이혼'과 '농담'이라는 단어가 썩 잘 어울리진 않아 보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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