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대상 제한' 오미크론 대응단계 목전
"마스크 요일제 기억 떠올라" 대량 구매 붐
전문가 "정부 방역정책 신뢰 떨어진 탓"
"자가검사키트 있어요? 그럼 3개 주세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최미아(42)씨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하려고 25일 오전부터 동네 약국 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엄마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자가검사키트 품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앞으론 고위험군이 아니면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이 나와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있다기에 혹시 몰라서 나왔다"며 "학부모들이 사재기를 하는지 학원가엔 키트가 없다는 약국도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역체계 '오미크론 대응단계' 가동을 앞두고 자가검사키트를 미리 사들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의 마스크 품귀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당국이나 업계는 품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방역 정책이 국민적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쓴소리도 나온다.
오미크론 대응단계로 전환되면 자가검사키트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체제에선 의료체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 △밀접접촉자 △고위험군에만 PCR 검사를 실시하고, 다른 사람은 신속항원검사나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에 한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6일부터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에 이를 우선 적용하고, 이르면 이달 말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자가검사키트 확보를 부추기는 건 재작년 초 마스크 대란의 학습효과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는 박모(27)씨는 이날 오전 키트 10개를 온라인 주문했다. 박씨는 "(콘텐츠) 촬영 현장에서 안전을 위해 키트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데 곧 부족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요일제로 마스크를 배급받다시피했던 답답한 기억이 떠올라 맘 편하게 대량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판매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대치동 소재 약국에선 이날 자가검사키트가 처음 품절됐다. 약사 이모(62)씨는 "보통 (키트) 10개를 들여놓으면 1주일은 파는데, 갑자기 어제 저녁 한 손님이 남은 5개를 쓸어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키트 물량 확보에 나선 약국들도 적지 않다. 종로구의 한 약국은 사재기나 수요 폭증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키트 50개를 추가 주문했다. 편의점의 자가검사키트 판매도 늘었다. BGF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17~23일 1주간 CU의 자가검사키트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
정부 당국과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는 이런 선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걸로 판단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업체 확인 결과 현재 (키트) 생산·출고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늘어날 수요량을 예측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도 "수요가 급증해도 증산 여력이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 사재기 조짐이 현실적 판단보다는 불안감에서 비롯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그간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60세 이상·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해준다고 하니 시민들이 불안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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