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역T자형 옹벽 설치
경찰, 원인 압축해 집중 수사 중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201동 39층 아래층인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에 무단 설치된 역T자형 옹벽이 붕괴의 첫 단초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피트층 바닥 슬래브가 40~50톤으로 추정되는 역T자형 옹벽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여기서부터 붕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26일부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소환해 붕괴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5일 건물 구조계산에 고려되지 않았던 역T자형 옹벽 7개가 피트층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계획에 없던 역T자형 옹벽 설치로 인해 고정 하중이 누적돼 피트층 바닥 슬래브가 기둥에서 이탈하고, 여기에 과도한 하중으로 아래로 처진 슬래브가 양쪽 기둥을 끌어당기는 힘인 '휨모멘트'가 복합적으로 가해지면서 붕괴가 가속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피트층 중 역T자형 옹벽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무너지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31일 피트층 벽체를 세우면서 폭 30~40㎝짜리 역T자형 옹벽 7개를 함께 설치했다. 높이가 55㎝~1m인 피트층 천장 슬래브(35㎝)를 떠받칠 동바리(지지대) 대신 콘크리트로만 만든 역T자형 옹벽을 설치한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0월 건물 구조계산을 다시 하면서 피트층 천장 슬래브 두께를 15㎝에서 35㎝로 바꾸고 거푸집도 재래식에서 덱 플레이트(철근 일체형 강판자재)로 변경했지만 당시 역T자형 옹벽 설치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29일과 이달 8일 36~38층 동바리를 제거한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당일(11일)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선 하부 3개 층에 동바리를 재설치해야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고 높이가 1m에 불과한 피트층에 동바리를 설치하기 쉽지 않고 작업하기도 불편해 현대산업개발이 하청업체와 협의해 피트층 시공 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역T자형 옹벽을 동바리 대용으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에 따른 작업 하중까지 겹치면서 피트층 바닥 슬래브와 기둥 접합 부위에 구조물을 끊고자 하는 수직력의 일종인 전단력이 과도하게 작용해 슬래브가 무너지고 낙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하부층(38~23층)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전단 파괴 현상이 최초 붕괴 상황 설명일 수는 있지만,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진 것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구조계산 및 설계상의 하자 △시공 부실 △감리 부실 등으로 나눠 각각의 과실 정도가 붕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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