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괴롭힘에 직원 극단 선택…세아베스틸 "참혹한 마음" 3년 만의 사과

세아베스틸 홈페이지 캡처

국내 중견 철강사인 세아베스틸이 3년 전 상사 괴롭힘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25일 대표이사 명의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논란이 되자 뒷북 사과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를 비롯한 세아베스틸 경영진 모두는 이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소중한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겁고 참혹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가 이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며 "그외 관련자 처분은 인사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명명백백히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회사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으로 강력 대처하겠다"며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문제의 사건은 2018년 발생했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아베스틸 직원 유모씨가 남긴 유서가 공개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해 36세였던 유씨는 11월 25일 전북 군산시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서와 25분 분량의 영상에는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당했던 성추행과 괴롭힘의 구체적 기록이 담겨 있었다.

유씨는 유서에 "상사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경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경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등 구체적인 피해 기록과 함께 "너무 싫다"고 적었다.

사건이 터진 당시 세아베스틸은 노무법인에 의뢰해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유서 내용도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회사는 관련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 사과도 없었다. 가해자들도 정직 징계를 받은 뒤 복귀해 지금도 회사에 다니고 있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당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유가족과 용서의 자리를 주선하기도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재발방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