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여심(女心) 공략에 훨씬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선대위 발족 이후 이달 24일까지 총 84일 동안 이 후보가 여성 관련한 간담회를 참석하거나 정책·메시지를 내놓은 날은 25일(30%)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1일)→황예진법(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제정(5일)→간호사법 제정(11일)→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18일) 등의 공약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여자'에 손 내밀었지만 '제자리걸음'
이 배경에는 "민주당의 전통적 우군이었던 20대 여성(이여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목표치인 '지지율 40%'대 안착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앞세워 '반(反)페미니즘' 행보 중인 윤 후보를 겨냥해 "퇴행적 정치"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다.
이러한 노력에도 20대 여성은 이 후보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16~21일 실시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은 28.2%였다.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20대 남성(이남자) 공략에 올인하고 있는 윤 후보(28.6%)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사기간을 넓혀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4주 차부터 올해 1월 3주 차까지 매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31.9→28.4→29.2→29.6→28.2%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기간 윤 후보 역시 29.2→31.3→27.1→28.2→28.6%로 변화가 없었다. 당내에선 당초 ①이 후보의 여성 맞춤형 정책 ②윤 후보의 반페미니즘 행보 ③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 등의 영향으로 20대 여성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민주당의 예상이 철저하게 빗나간 결과인 셈이다.
후보의 형수 욕설·민주당 2차 가해의 기억
원인은 이 후보와 민주당에 있다. 우선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로 인해 "이재명은 도저히 뽑기 싫다"는 20대 여성들이 적지 않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 의뢰로 실시된 집단심층면접조사(FGI)에서도 여성들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과 관련해 "저급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20대 여성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 지지율 격차가 10~15%포인트에 달한다"고 했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던 20대 여성이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대변할 새 후보를 찾고 있지만, 이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특히 박 시장 사건 당시 여권 인사들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는 등 2차 가해까지 하면서 20대 여성 사이에 '반(反)민주당' 정서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극복할 만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선대위 일각에서는 "20대 남녀 모두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적 '줄타기'로는 어느 쪽의 확실한 지지도 받을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윤 후보와 대비되는 보다 선명한 여성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따른 역풍, 즉 민주당의 반사이익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생각보다 20대 여성이 젠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친페미니스트' 기조로 급격히 전략을 전환한다고 해도 다른 세대의 집토끼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티 페미니즘 정서가 최근 20대 남성을 넘어 30~50대로 확산되고 있다"며 "20대 여성의 거부감을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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