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최근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등록 말소 조치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로, 사실상 건설업계 퇴출을 의미한다. 최근 ‘숙고 시간’을 거쳐 17일 복귀한 심 후보는 연일 노동이슈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거대 양당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과 면담한 뒤 “오 시장이 현대산업개발의 행정처분 권한을 갖고 있기에 신속하고 엄정한 처분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은 불과 6개월 전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로) 9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였고, 지금 6명의 노동자들이 실종된 상태”라며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동아건설 면허를 취소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기업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하는 관행은 단호히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2일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심 후보는 칩거 나흘 만인 16일 예고 없이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여야 대선후보 중 현장을 직접 방문한 이는 심 후보뿐이다. 17일에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붕괴 사고 희생자 빈소에도 들러 조문했다.
"대선까지 '지워진 목소리' 대변한다"
심 후보는 이날 하루를 ‘노동ㆍ복지’ 일정으로 보냈다. 오전 4시 인천 서구 오류동의 쿠팡물류센터에서 쿠팡 ‘밤샘 노동자’들과 만나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고민을 나눴다. 그는 “쉴 틈 없이 포장 작업을 하는데 냉ㆍ난방이 안 되고, 야간 급식은 음식 수준이 아주 낮다고 한다”며 “시민들이 정당한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신노동법 사회’를 하루속히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1인당 연간 의료비 부담 상한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심상정 케어’ 공약을 거듭 부각했다.
심 후보의 이런 행보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지워진 목소리’ 선거 캠페인의 일환이다. 양당 중심의 대선에서 잊힌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다. 심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지방 청년, 장애인의 지워진 목소리를 우렁차게 대변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며 “변방에 있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름들, 이들을 비주류에서 주류로 만들어 승리하겠다는 게 (대선)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이주민 비영리단체를 찾아 “법률로 정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기술 숙련도에 관계없이 노동비자 입국자(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4일에는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만나 “부모와 독립해서 살고 있는 20대 청년에게도 주거급여를 적용하고, 그 기준도 중위소득 60%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대선 전까지 약자 중심 선거운동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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