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던 명성교회 세습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교회를 설립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담임목사(위임목사)로 활동해 온 김하나 목사에 대해서 법원이 대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교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박미리)는 26일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지난해 1월 제기한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개별 교회의 최고의결기구인 공동의회가 투표로 청빙을 결정하는 위임목사는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정년까지 근무하게 된다.
정 집사는 소장에서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교단 헌법은 교회의 담임목사의 직계비속을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해당 조항은 종교적 특권의 세습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 집사는 “교단 헌법 조항에 따라서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 개별교인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과 부정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통합교단 헌법을 위배했다는 주장 이외에 김하나 목사 청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단 헌법과 명성교회 정관에 따르면 교회는 위임목사를 선출할 때 공동의회를 소집해 투표를 통해서 위임목사를 청빙하고 노회의 승인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김하나 목사 청빙은 두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다.
명성교회는 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가 2015년 퇴임하면서부터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명성교회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감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예장통합이 세운 세습 금지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교계는 물론 명성교회 내부에서도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잠시 명성교회를 떠났던 김하나 목사는 예장통합이 세습을 용인하면서 2년 만에 명성교회로 돌아왔고 지난해 1월부터 위임목사 신분으로 담임목사직을 맡았다.
당초 교계에서는 정 집사가 제기했던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지난해 3월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세습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관측들이 나왔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명성교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교단 내부문제의 성격이 강하고 또 예장통합 헌법과 관련된 문제 역시 교리적 문제여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 정 집사는 “가처분 신청 당시에는 법원이 급박하게 진행해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던 것이고 본안 소송은 여러 내용을 보완해서 진행했다”면서 “명성교회가 항소한다면 교회 내부의 다른 문제들도 사회법으로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청빙됐으며 법원의 판결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이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성교회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은 원고가 청구한 내용을 인용한다는 형태의 지위부존재 확인을 받아들인다는 거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판결을 확인한 이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똑같은 내용으로 들어온 가처분신청이 기각됐는데 (판결이 달라진 것이) 어떤 이유 때문인지부터 확인할 것”이라면서 “교회를 흔드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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