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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기술, 그 가보지 않은 길을 준비하자

입력
2022.02.0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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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판교 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양자기술 성과보고대회 및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판교 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양자기술 성과보고대회 및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양자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양자기술 혹은 양자정보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다국적 공룡기업들이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을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순수하게 양자컴퓨터를 위해 설립된 벤처기업들이 속속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양자기술에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세계적 선도대학들이 양자기술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정교화하고 있다.

양자기술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직접 이용해 정보처리 및 정밀측정 등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아직은 크다. 이 때문에 단시일 내에 양자기술로 큰 수익을 얻거나 엄청난 사회변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왜 세계는 이처럼 이 기술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왜 지금 양자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먼저 고난도의 양자기술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첨단기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자기술은 현재의 연장선상이 아니다.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를 대체하지 않으며, 양자통신은 지금의 유무선 통신을 대체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만약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현된다면 그 시점은 너무 멀지 않고 10~20년 정도 후일 수 있다.

정부의 투자는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정밀한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전략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의 공격적 투자전략을 참고하되 국내외를 망라한 최고 전문가 그룹에 의해 넓은 시각의 정교한 플랜을 작성해야 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만약 양자기술이 성숙됐을 때 일어날 급속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전략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양자기술은 진입장벽이 높은 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에 핵심역량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편 양자기술의 발전속도와 방향이 너무도 빨리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현재 역량과 기술 수준의 괴리가 존재한다. 이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벤처기업들이다. 이들은 최첨단 기술의 개발과 산업화, 그리고 기술도메인과 비즈니스 영역을 이어주는 컨설팅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혁신적 기술변화에 대처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양자기술은 다학제적이고 융합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스템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양자기술에 대해 사회 각 분야에서도 나름대로의 대처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며, 아직은 전 세계가 출발단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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