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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도둑' 황반변성, 40세 넘으면 13.4% 발생

입력
2022.0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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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 필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이미지. 누네안과병원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이미지. 누네안과병원 제공

눈의 망막 중심부인 황반(黃斑ㆍyellow spot)은 시(視)세포가 밀집돼 있는 곳이다. 중심 시력을 담당하고 색을 구별하는 등 시력의 90%를 차지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황반이 손상되거나 변성되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 이 같은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을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돼 결국 실명할 수 있다. 60세 이상 성인의 시력 상실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40세 이상 눈 질환 유병률 가운데 노인성 황반변성(AMD)이 13.4%인 것으로 조사됐다(질병관리본부ㆍ대한안과학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만1,367명으로 2016년 14만5,018명보다 40%가량 늘었다. 대표적인 노년기 질환인데 예전에는 7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했다. 하지만 최근 50~60대 신중년 환자(8만194명)가 늘면서 전체 환자의 40% 정도나 된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체질량지수(BMI)가 높아지고 고도 근시에 의한 황반변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60~70대 못지않게 40~50대 중년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건성과 습성 차이 파악 중요

황반변성에는 건성(dry)과 습성(wet)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노란 반점이 망막과 맥락막에 생긴다. 증상 진행이 느리고 초반에는 증상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흐르면 습성으로 바뀌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습성은 황반 속 시신경과 시세포가 죽으면서 망막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맥락막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말한다. 이 신생 혈관이 혈관층을 벗어나 망막까지 이르면 망막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을 일으켜 결국 실명하게 된다.

건강 황반변성에서는 고용량의 종합 비타민이 시력 저하를 늦추고 심각한 형태의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로 광역학 요법(비주다인)과 항혈관 생성 인자(anti-VEGF)를 눈 속에 넣는 두 가지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문상웅 교수는 “최근 약제 발달로 유리체강 내 항혈관 생성 인자 주사 치료로 많은 환자가 효과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완치하는 것은 어렵고 주사 치료를 하면서 시신경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했다.

◇건강기능식품 '루테인' 별 효과 없어

황반변성이 의심되면 시력과 안압 측정을 통해 시력을 확인하고 눈의 전안부(前眼部)를 확인하는 세극등 검사, 이후 빛간섭단층촬영술(OCT), 안저(眼底) 검사, 시야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치료해도 이미 손상된 세포를 되살릴 길이 없다. 하지만 다른 질병과 같이 조기 진단해 치료하고 잘 관리하면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예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40대부터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에 이때부터 1년에 한 번 정도 안과를 찾아 정기검사를 해 병을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황반변성이 생기는 망막과 맥락막 조직은 우리 몸에서 단위 체적당 가장 왕성한 혈액이 흐르는 조직이다. 활동이 많은 만큼, 산화 스트레스도 많이 발생한다.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눈에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산화 스트레스를 막기 위해서는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실제로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이 황반변성 진행을 억제한다는 것이 규명됐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황반 색소가 늘어나면 시기능이 높아지고, 나이 관련(노인성) 황반변성(AMD) 같은 실명을 초래해는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황반 색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눈의 황반 색소가 증가한다.

황반 색소가 적은 사람은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단파장 빛이 거의 100% 가까이 황반의 시각세포에 도달하는 데 비해 황반 색소가 많으면 10%도 닿지 않기에 망막을 빛 때문에 싱기는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달걀 노른자와 시금치, 노란 호박 등과 같이 황반 색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음식을 먹으면 망막 보호와 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고형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노인성 건성 황반변성이 중기를 넘기면 시중에 넘쳐나고 있는 루테인 건강기능식품이 조금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 교수는 "루테인을 10년 정도 복용해야 노인성 건성 황반변성이 습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24%가량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Atch Ophthamol.' 2001년 10월)가 나와 생각보다 효과가 없는 편"이라고 했다. 식품회사 등에서 광고하는 것을 맹신해 루테인 건강기능식품을 굳이 돈을 들여 가면서 사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황반변성 증상 확인법. 황반변성 환자가 볼 때(오른쪽)는 정상인이 볼 때(왼쪽)와 달리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인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황반변성 증상 확인법. 황반변성 환자가 볼 때(오른쪽)는 정상인이 볼 때(왼쪽)와 달리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인다.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음식]

-색깔이 짙은 과일

토마토 등 빨간색 과일에는 안토시아닌과 함께 리코펜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파인애플ㆍ오렌지 등 노란색 과일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으며, 시금치ㆍ브로콜리ㆍ배추 등 초록색은 간 해독에 좋고 노화 예방 효과도 있다.

-커피ㆍ허브차 등

차에 함유된 주요 성분이 ‘플라보노이드’로 항산화 효과가 좋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눈에는 항노화 효과도 있다. 커피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ㆍ클로로겐산 등이 들어 있다. 클로로겐산은 노화된 망막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준다.

-오메가-3 등이 풍부한 생선ㆍ올리브유

오메가-3 지방산은 망막 조직, 특히 시각세포의 세포막에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올리브유와 생선 등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대규모 역학 조사에서 생선을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의 노인성 황반변성 발생 빈도가 낮았다.

-영양 덩어리, 콩과 견과류

렌틸콩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심혈관 질환과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검은콩에는 렌틸보다 더 많은 불포화지방과 단백질,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다. 검은콩이 싫다면 강낭콩이나 팥을 활용할 수 있다. 콩처럼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것이 땅콩ㆍ캐슈넛 같은 견과류다. 견과류에는 DHA와 같은 망막신경세포막에 꼭 필요한 오메가-3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콩과 견과류에는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미네랄인 셀레니움과 아연도 많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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