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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사고'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38개월 만에 공사책임자들 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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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고된 사고'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38개월 만에 공사책임자들 재판에

입력
2022.02.0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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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책임자 등 7명 불구속 기소... 업체 4곳도 재판에
안전 불감증 만연… 불법 재하도급에 무등록 업체 공사

2018년 9월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9월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2018년 9월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를 초래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책임자와 법인들을 대거 재판에 넘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고 발생 38개월 만이다. 전문가 등의 경고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불법 재하도급, 무등록 업체 시공이 겹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재차 확인됐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김우)는 서울상도유치원 인근 다세대주택 시공사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A(60)씨를 포함한 7명을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했다. 시공사 등 법인 4곳도 양벌(兩罰) 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시공사 현장 책임자들이 부실한 임시 흙막이 공사에 대한 위험 경고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면서 유치원 쪽 지반 침하가 일어난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현장 책임자 A씨 등은 사고 석 달여 전인 2018년 5월 31일 유치원 측 의뢰를 받은 건축사무소의 안전진단에서 급격한 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흙막이 공사 관련 문서 등에는 1주일에 2회 안전 계측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8월 20일 이후부터 사고 당일까지 2주 넘게 계측 활동이 없었다. 시공 전 콘크리트에 매립할 철근 부착력을 확인하는 인발 시험도 의무 사항으로 기재해뒀지만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 사고 두 달 전 공사구간 상부에서 흙이 흘러내렸고, 작업 중 쓰레기 매립지가 발견됐음에도 A씨 등은 공사 중지 및 공법 변경을 하지 않았다. 공사에 참여한 시공업자로부터 "(현장은) 빗물이 잘 스며드는 연암 지반이라 배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빗물 유입시 지반 침하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듣고도 묵과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실제로 사고 당일까지 17일간 계속된 강우로 이상 현상이 발생했지만. 성토(盛土) 등의 보강 조치는 없었다.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온 공사 재하도급 문제도 재차 드러났다. Y사로부터 7억5,000만 원에 토목공사 하도급을 받은 업체 대표 J씨는 D사 운영자에게 5억4,000만 원에 다시 하도급을 줬다. 하도급 받은 건설공사를 재하도급할 수 없도록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다. 심지어 재하도급을 맡은 D사는 건설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였다.

현장 감리단장은 건축설계업체인 H사 임원이 아님에도 H사 대표에게 300만 원을 주고 'H사 회장' 직함과 건설기술사 자격을 빌려 2,100만 원짜리 토목 부분 설계를 도급 받아 일했다. 자격증 등을 불법 대여한 H사 대표도 함께 기소됐다.

원생 규모가 120여 명이던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는 2018년 9월 6일 밤 11시 23분쯤 발생했다. 야간에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안전진단에 참여한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사고 발생 수개월 전부터 붕괴 위험을 경고했지만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에선 매번 문제 없다고 일축하면서 아이들은 사고 당일 낮까지 유치원에 머물렀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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