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장관 통화... 우크라 타협 모색
'양측 군사기지 상호 검증' 제안 보도도
곧 베이징올림픽 개막... 당분간 협상 모드
군사 충돌 직전 상황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안 서면 교환에 이어 외교장관 전화 통화 등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다. 4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국·프랑스와의 정상회담 같은 외교 일정 때문에 러시아가 당분간 직접적인 군사 행동은 자제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시화한 이후 첫 언급을 하며 타협 가능성까지 내비쳐 전쟁 고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까지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전화 통화를 하고 양측의 협상안을 논의했다. 러시아가 요구해온 안전 보장 관련 서면 답변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지난달 26일 제시한 뒤 일주일 만의 협의였다.
하지만 당장 타협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 미 국무부는 통화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속하고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고 러시아는 외교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블링컨 장관은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우가 닭장 꼭대기에서 닭이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는 격”이라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병력을 증강하는 러시아를 여우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불편한 기색이 여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줬지만 (미국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닌 부차적인 문제에만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나토 동진 중단 요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확인을 미국이 여전히 거부한다는 불만 표시였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 크림반도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했다.
물밑에선 치열한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푸틴 대통령과 밀월관계인 러시아 관리와 기업인을 표적으로 하는 제재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사태 후 첫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소집해 러시아가 벨라루스 국경에 3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키려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침공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도 전통적인 반(反)러시아 성향 국가인 폴란드에다 영국까지 끌어들여 3자 협력 틀을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안보 불가분성' 원칙 훼손이라는 서한을 지난달 28일 미국, 유럽 국가 등에 전달한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안보 불가분성 원칙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 자국의 안보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다만 전쟁 발발 위기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첫 회견에서) 나토의 동유럽 주둔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외교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수천 마일 떨어진 곳의 부대를 이동시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 군사력을 증강하는 방식은 갈수록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의 잔치인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재를 뿌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부담도 크다. 여기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 일환으로 나토의 동유럽 핵심 기지인 폴란드와 루마니아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러시아 지상 발사 무기 상호 검증을 제안했다는 미 블룸버그통신 보도도 이어졌다.
물론 겨울철 땅이 얼어 탱크 등 기갑부대 이동이 용이한 2월 중하순 러시아가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하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26일 “푸틴 대통령이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징후를 분명히 봤다”고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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