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연을 안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영화 '쿨러닝'으로 화제를 모았던 자메이카는 이번엔 알파인스키에서 자국 최초의 올림피언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벤저민 알렉산더로 지난달 열린 내셔널 스키 챔피언십 남자 대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2분 4초 47로 7위에 올라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원래 음악 DJ였는데 2015년 캐나다에서 처음 스키를 접해 스키 입문 7년 만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최고 월평균 기온 30도를 넘는 자메이카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봅슬레이 대표팀이 출전해 화제가 된 나라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신분으로 나서는 선수도 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의 티모시 르두다. 지난해 도쿄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제3의 성정체성을 공개한 여자 스케이트보드의 옐레나 스미스(미국)에 이어 동계올림픽 최초의 '논바이너리(non-binary)' 선수다. 르두는 2019년과 2022년 전미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강자다. 동시에 전미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르두는 대회를 앞두고 "내 이야기가 더 발전돼 성소수자들이 스포츠에서 보다 공개되고,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린 항상 여기에 있었고, 항상 스포츠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의 네이선 크럼프턴은 동ㆍ하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진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남자 육상 100m에 출전했는데 이번엔 스켈레톤 선수로 나선다. 크럼프턴에 앞서 통가의 '근육맨' 피타 타우파토푸아가 태권도와 크로스컨트리를 넘나들며 사상 최초로 동ㆍ하계 올림픽 3개 대회에 연속 출전한 바 있다. 크럼프턴은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고, 아메리칸 사모아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에 자주 참가하지 않는 나라를 대표하게 돼 영광"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북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는 베이징을 통해 동계올림픽에 데뷔한다. 무더위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부터 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는데 스키, 스노보드 등 종목 선수 100여 명이 참가 지원서를 제출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파이크 압디가 알파인스키 대회전 종목에서 자국의 역사적인 동계올림픽 첫 국가대표가 됐다. 아이티의 리처드슨 비아노 역시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아이티인들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다른 나라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꿈을 믿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