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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잔칫상 앞에 둔 중국, 축구에 분노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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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잔칫상 앞에 둔 중국, 축구에 분노하는 이유는

입력
2022.02.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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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춘절 분위기에 축구가 찬물

1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대 베트남전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중국 응원단이 관중석에 몰려 앉아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1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대 베트남전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중국 응원단이 관중석에 몰려 앉아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중국 축구를 계속 봐야 하는가?”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

"베트남에 진 것은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 해설가 리우젠홍)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4일)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어야 할 중국에서 때아닌 자국 축구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 1대 3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국가대표 축구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번 베트남전은 베이징올림픽 못지않은 '빅 게임'으로 여겨졌다.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들뜬 기분과 베이징올림픽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겹친 시기 치러지며 어느 때보다 주목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세계 축구에서 여전히 약체로 분류되는 베트남에 참패하고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또다시 무산되자 중국인들이 격분했다. 중국은 1956년 베트남과 첫 매치 이후 66년간 무패였다. FIFA 랭킹도 중국(74위)이 베트남(98위)보다 앞선다.

현지 매체 텅쉰왕은 "화조차 나지 않는다. 중국 축구는 진지해야 할 땐 웃기려 들었고, 긴장을 풀어야 할 땐 긴장했다"고 비꼬았다. 리샤오펑 중국 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작전에 문제가 있었고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기 종료 뒤 두 시간여 만에 128만 개의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댓글은 “베트남에 지다니 정말 창피하다”,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고 거기(베트남) 있어라”, “국가대표팀을 해체하라” 등의 분노와 비난 일색이었다. “14억 인구에서 어떻게 축구를 할 11명이 없나?”라는 냉소도 이어졌다.

외국 감독·선수 영입도 소용없었다

중국인들에게 축구 대표팀은 '애증'의 대상이다. 매 올림픽마다 미국과 1, 2위를 다투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정작 전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선 변방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나가 세계 축구의 맛을 본 중국은 '2030년 아시아 1위, 2050년 세계 제패'라는 목표를 걸고 국가대표팀 집중 육성에 나섰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마르첼로 리피, 거스 히딩크 등 세계적 명장을 국가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브라질 등 외국 선수들을 프로축구에 영입하는 한편 아예 귀화시켜 대표팀에 꽂았다. 2019년 중국 프로축구 선수 평균 연봉(약 23억 원)이 한국(2억2,500만 원)의 10배가 넘을 만큼 '축구 굴기'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명확했다.

여기엔 '축구광' 시진핑 국가 주석도 있었다. 부주석 시절이었던 2011년 그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박지성 선수의 사인 볼 선물을 받고 "축구 얘기를 하면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중국 축구의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이 자신의 세 가지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축구 굴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축구개혁 50개조'(2015년)라는 개혁 과제를 꺼내든 것도 시 주석이었다. 중국은 그 무렵 축구를 초ㆍ중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어려서 즐기는 축구부터"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06·2010·2014년 월드컵에선 본선 진출은커녕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진출에도 실패했고, 2018년엔 최종예선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급기야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이 본선에 진출(개최국 자동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중국 내에선 대표팀이 아닌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 매체 펑파이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다는 원대한 목표는 접어 두고 어린 선수들에 대한 육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대표팀의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판즈이도 SCMP와의 인터뷰에서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해 청소년들이 축구를 즐기는 법부터 알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에 대한 집중 투자보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베이징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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