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비판했던 불교계 인사들에 대해 형사고발을 비롯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놨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조계종이 종단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해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억압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3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은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와 이 단체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인 이도흠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정평불은 지난달 승려대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조계종 소속 승려 1만8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벌여 이를 바탕으로 '승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오후부터 20일 정오 무렵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는 응답자 942명 가운데 601명(64.4%)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조계종은 △정평불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를 주인의 동의 없이 수집했고 △주인이 번호 수집에 동의했더라도 당초 목적했던 범위를 벗어나 설문조사에 이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또 전국승려대회 중단을 요구했던 허정스님 등 승려 3명에 대해서도 종단 호법부로 나와서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경찰에 고발당한 이도흠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평불 상임대표가 따로 있고 공동대표도 4명이나 있다"면서 "나를 고발한 것은 내가 승려대회 개최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고 언론 인터뷰에 응했기 때문이며, 이것은 보복처사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승려들의 전화번호는 2, 3년 전 종단개혁 운동을 벌이면서 앞으로 관련 정보를 보내겠다고 밝히고 수집한 것"이라면서 "설문조사는 공익을 위해서 실시했고 익명으로 진행했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사회단체인 신대승네트워크는 "조계종의 이번 조치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비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조치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3일 발표했다. 신대승네트워크는 △자승 전 총무원장과 종단을 비판했다가 지난달 해고당한 노조 간부의 복직 △정평불과 이도흠 대표에 대한 고발 철회 △불교시민사회의 목소리 경청 △불교계 언론인 불교포커스에 대한 해종의 낙인 철회와 언론자유 보장을 조계종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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