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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이 피부 재생에 도움 되는 이유

입력
2022.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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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손상 없는 세포주기 가능
피부에는 비싼 약보다 잠이 보약

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피부 세포의 손상 없이 세포주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어두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피부 세포의 손상 없이 세포주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어두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긴 연휴 동안 게으름을 부리며 한낮에 일어나고 밤늦게 잠들기를 반복했더니 휴일이 끝났는데도 생체 리듬이 돌아오지 않았다. 피곤한 상태로 며칠 잠을 설쳤더니 피부가 푸석해지고 뾰루지가 돋기 시작했다. 밤에 푹 자지 못했을 때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피부 세포의 세포주기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피부 세포는 일생 동안 끊임없이 분열한다. 가장 바깥쪽에서 탈락된 세포를 대신하여 공간을 메꾸기 위해서이다. 피부가 재생된다는 것은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피부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그 세포가 다시 분열하여 두 개의 딸세포를 형성할 때까지의 세포주기는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된다. 세포 내의 구성물들이 양쪽으로 나뉘면서 실질적인 세포의 분열이 일어나는 '분열기'와 다음 분열을 준비하는 '간기'인데, 분열기는 아주 짧은 시기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세포는 간기의 상태로 존재한다.

세포분열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단순한 이름과는 달리 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세포 내 구성물들을 만들어내면서 성장할 뿐만 아니라 유전 물질을 복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전 물질을 정상적으로 복제하지 못한 채 분열이 일어난다면 새로 만들어진 세포는 처음의 세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적절한 때에 정상적으로 유전 물질을 복제하고 분열하기 위해서 세포 안과 밖의 신호들이 세포주기의 진행을 조절하고 있다.

세포 외부의 조절 요인 중 하나는 세포의 밀도다.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세포는 완전히 한 층을 형성하고 나면 더이상 분열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일부분을 제거하면 빈 공간을 다 채울 때까지만 분열을 재개한다. 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인접해 있는 세포들과 결합하면 세포분열이 억제되는 방식이다. 사람의 피부 세포 역시 기본적으로 몇 겹의 층을 이루고 있으며 상처 등으로 인해 일부 세포가 탈락하면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세포분열이 촉진된다.

세포 내에서는 유전 물질이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히 복제되었는지 등을 확인해 세포주기를 조절한다. 사람의 유전 물질은 기다란 이중 가닥 DNA인데 이 가닥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조각을 끼우기도 하고 복제가 끝난 후에 손상을 입기도 한다. 방사선이나 자외선은 DNA를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며 세포 활동 결과 생성되는 활성산소 역시 DNA에 변화를 일으킨다. DNA의 손상이 감지되면 손상 정도에 따라 세포의 활동을 아예 중지시키거나 손상을 복구한 후 세포주기를 재개한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한 효소나 호르몬을 가지고 있는데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역시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멜라토닌은 빛이 없이 어두울 때 분비되어 수면을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데, 다른 항산화 효소의 작용을 돕거나 활성산소와 직접 반응하면서 DNA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밤에 불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 잠을 자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DNA의 손상이 심화되어 세포주기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거나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더라도 깨끗한 피부가 재생되려면 결국 피부 세포의 손상 없이 세포주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두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한다. 어떤 비싼 약보다 잠이 보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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