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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이 위기 아닌 기회가 되려면

입력
2022.02.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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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 뉴스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 뉴스1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명 줄어든 828명으로 집계됐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다. 당초 정부의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노력하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산재지표의 긍정적인 변화 추세를 지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른바 '후진국형 재해'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추락 끼임 등 후진국형 재해의 비율이 전체의 5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48.3%)과 비교해 오히려 늘었다. 이런 재래형 재해의 대부분은 기본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이 같은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의식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됐다. 특히 이 법이 우리 산업현장 근본적인 안전 문제에 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현장에는 여느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안전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조직 정비를 끝낸 기업들도 법 시행을 맞아 현장 안전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중대재해로 경영책임자가 직접 처벌받는 상황만큼은 피하자'는 정서가 이러한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등 일련의 상황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중대재해법은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토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법이 요구하는 의무사항 등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기업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 최고경영자는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조급해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후진국형 재해를 막기 위해 예방 중심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정착시키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동조합, 노동자 개개인들도 안전수칙 준수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이제는 최고경영자부터 일선 노동자까지 모두가 안전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공감하며,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민간재해예방기관에서도 기업과 노동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빈틈은 메우고, 미흡한 점은 보완하는 등 다각적 지원에 힘써야 한다. 기업과 노동자들이 주어진 과제를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때 이 법은 위기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일터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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