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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준다는 공약보다 "방역조치 풀어 장사하게 해주는 게 우선"

입력
2022.02.1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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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공약, 검증한다]
<2>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빛 될 후보는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계층인 330만 소상공인을 향한 대선후보들의 '숫자 경쟁'은 부동산 정책 못지않다. 각 후보들은 기본 100조~130조 원 규모의 현금지원 보따리를 흔들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 공약이 '기존 정책의 재탕'이나 시혜성에 초점을 둬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 피해는 정부 방역조치 협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문제이므로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과 함께 무엇보다 영업을 지속할 환경을 재조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적극 지원, 깎아주겠다"

10일 각 정당에 따르면, 금융지원과 손실보상 약속 규모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년간 130조 원을 제시해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과 손실보장 프로그램에 50조 원씩 총 100조 원을 제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긴급재정명령으로 50조 원을 확보해 소상공인 손실을 보전하고, 임기 내 50조 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해 매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을 지원하는 한편, 피해인정률을 100%로 늘려 소급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후보마다 보상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은 각기 다르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을 찾아 "2년 동안 발생한 손실은 추경과 긴급재정명령을 동원해 50조 원을 확보해서 다 보전해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온전한 손실보상'을 강조해 온 이 후보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각종 고정비용의 경우 '선지원, 후정산'을 원칙으로 삼고 한국형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대선 후보별 주요 소상공인 공약·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대선 후보별 주요 소상공인 공약·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용불량에 빠진 소상공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신용 대사면'과 연체 위기에 놓였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의 채무를 국가가 매입해주는 '채무조정 방안'도 내걸었다. 임기 내 연간 50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소상공인 전용 소비쿠폰을 지원하는 등 매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과 손실보장 프로그램을 통한 피해 지원에 50조 원씩을 투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충분히 연장하고, 세금과 공과금, 임대료, 인건비에 대한 세제지원 및 금융지원을 통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5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 프로그램에는 '선보상제도'를 도입해 입증 전이라도 행정자료를 근거로 피해액의 절반을 먼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코로나19 특별회계’ 특별법을 제정해 재원을 확보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의료지원, 국가 피해보상 등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부가가치세), 일반 소비자의 소비(개별소비세)에 따른 세금 일부에 더해, 공공부문과 정부 재정개혁을 통한 추가재원, 신규복권발행 수익금을 기본으로 했다. 부족분은 일반회계 전입금과 다른 특별회계·기금 전입금에서 매년 30조 원을 확보하고, 필요시 여야 합의로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는 게 골자다.

심 후보는 손실보상의 피해인정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확대해 소급적용하고,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사각지대 업종으로의 보상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또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해 특별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확대해 소상공인 지원에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李·尹, 임대료 정책 "체감할 만하지만 임대료 상승 우려"

우선 이 같은 대규모 지원 공약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원 공약에 대해 "재원 마련이 어려운 대규모 지원"이라며 "정작 소상공인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공약은 "피해규모 산출과 재원마련 방안의 구체성과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심 후보는 소상공인 문제에 근본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됐다는 평을 받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금융지원 공약은 소상공인의 임대료 등 고정비 상환을 감면해주겠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본뜬 제도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차기 정부 정책과제로 요구한 사항이다.

이 후보의 '소급형 PPP'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되 실제 임대료나 인건비로 사용된 경우 이를 감면해주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경감해줄 경우 이를 국가와 공동부담하는 방식이다. 윤 후보도 임대료의 3분의 1을 삭감한 임대인에게 20%를 세액공제로 정부가 환급해주고, 나머지 손실분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액공제 등 형태로 전액 보전한다는 입장이다. 임차인에게는 대출자금을 3년 거치 및 5년 분할상환하도록 하고 임대료·공과금 사용시에는 50% 감액한다고 약속했다.

이는 소상공인이 체감할 만한 정책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료 부담이 매우 큰 소상공인들이 영업력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계점도 지적됐다. 반면 박철성 교수는 "임대료 상환 감면제도로 시장 임대료 상승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소상공인, "가장 시급한 건 방역조치 완화"

대선후보의 공약이 대규모 보상과 금융지원에 집중된 것과 달리, 전문가와 소상공인의 눈은 '방역조치 완화'에 쏠려 있다. 다른 어떤 간접 지원보다 방역조치 완화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고 즉각적이라는 것이다. 박철성 교수는 "손실보상이나 대출 확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방역조치 완화는 정부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실행 가능성이 높은 방역조치 완화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상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상공인의 경영에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과 고용 관련 공약은 다뤄지지 않았다"며 "고용을 늘릴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6년째 학원을 운영 중인 이모(36)씨는 "2주 단위의 희망고문식 방역조치로 많은 소상공인은 폐업할 기회까지 놓쳤다"며 "다수에게 소액을 지원하느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소상공인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박지연 기자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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